[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4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최근 법원이 정 대표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중징계 처분을 집행정지시켜 한숨 돌렸으나 앞으로 벌어질 소송 리스크는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도 4연임은 흔하지 않은 만큼 교체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지난 11일 정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낸 문책경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옵티머스 펀드 판매와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정 대표에게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중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됩니다. 정 대표에게 내려진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오는 3월말 임기 종료 후 연임이 불가능하지만, 법원에서 집행정지를 인용해 일단 연임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소송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현실적으로 연임까지는 어려울 거란 의견이 많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대표 교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이 대표를 바꿨습니다.
이중 KB증권이 NH투자증권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박정림 KB증권 전 대표도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정 대표보다 제재 수위가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3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박 대표도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지만 대표 교체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후임으론 이홍구 대표가 선임됐죠. KB증권에서는 대표의 중징계 리스크를 안고 가기보다 교체를 택한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같은 상황에 놓인 NH투자증권도 대표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의 의견도 연임이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NH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회사 안에선 정 대표가 연임을 못할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더구나 과거에도 3연임을 넘어 4연임한 경우가 드물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노조는 정 대표의 연임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노조는 그동안 꾸준히 정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는데요. 지난해 7월엔 서울 농협중앙회 앞에서 해임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NH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연임 여부와 관련해서 이슈가 생기면 의견을 낼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 대표는 지난 3일 2024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연임에 대한 질문에 "대주주가 결정하는 것이지 내게 결정권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임기까지 최선을 다할 뿐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NH투자증권)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