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한 '통합
셀트리온(068270)'이 코스피 거래 첫날 4% 하락했는데요. 그럼에도 시가총액 43조원을 넘으며 단번에 6위에 올랐습니다. 그간 구설수의 원인이었던 재무회계 논란이 합병으로 해소될 거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반면 서정진 회장이 최근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 계획을 밝힌 탓에 셀트리온의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습니다.
합병 상장 첫날 -4%…내부거래 구설수 원천차단
(그래픽=뉴스토마토)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 주가는 전일 대비 3.95% 하락한 19만69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날 합병신주 약 7400만주가 상장되면서 상장주식수는 총 2억2029만520주로 늘었습니다. 주식이 늘어나며 시총도 증가해 거래 첫날 코스피 시총 6위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하루 전 시총은 30조126억원으로 전체 11위였습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28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완료했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10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했죠. 통합 셀트리온으로 새단장하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더해 신약 개발 기업을 향해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합병 효과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을 재무 투명성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과거 셀트리온그룹은 생산·유통 구조로 인해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해외 유통과 판매를 책임졌습니다. 셀트리온제약은 국내 유통·판매와 화학 합성의약품(케미칼) 사업을 맡았죠. 셀트리온이 만든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리온제약이 재고로 보관 후 국내,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셀트리온과 헬스케어 양사 간 이뤄지는 거래를 매출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투자자들은 내부거래로 실적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나서 2022년 3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에 대한 회계감리를 벌였고 고의성 없는 과실로 결론내렸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래는 한 회사가 할 일을 두 회사가 나눠서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셀트리온의 매출 투명성이 부족했다"며 "해외에서 팔릴 것만 따져가며 생산해야 하는데 셀트리온의 매출을 좋게 포장하기 위해 미리 잔뜩 생산해놓고 재고자산으로 잡거나, 헬스케어에 과도하게 떠넘기는 것이 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투명성이 떨어지는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분식회계로 크게 홍역을 겪은 셀트리온은 이번 합병으로 해당 이슈에서 벗어나 투명성이 한층 개선될 전망입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구조가 단순화되면서 과거에 불투명했던 부분이 개선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합병하면 매출 원가가 낮아져 영업이익도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폭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올해 실적은 장밋빛 기대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거래 매출을 빼고 원가에 부담이 되는 재고자산 재평가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장기적으로 봐야 원가율이 개선되면서 실적도 우상향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위 연구원은 "2024년 매출원가율은 48% 수준에 그쳐 셀트리온의 목표 40%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2025년엔 42%로 낮아질 전망이어서 원가율이 낮아지면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주사 상장 계획에 투자자 '한숨'…M&A 노리나
통합 셀트리온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투자자들은 지주회사 상장 계획 소식에 한숨 짓고 있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르면 올해 연말, 늦으면 내년에 상장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은 98.5%인데요. 신주를 발행해 지주회사를 상장시켜 10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단 계획입니다. 그룹의 지주회사이면서 투자회사를 만들겠다는 의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 회장의 지분은 60%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셀트리온의 계획에 대해서도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병폐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주식 찍어 장사한다"고 비판을 하는데요. 메리츠금융그룹이 상장사였던 자회사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을 자진상장폐지시키고
메리츠금융지주(138040) 하나만 남긴 것과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는 "서 회장의 지분을 상장시킨 후에 적정가격에 지분 스와핑을 통해 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셀트리온은 지난해 5조3000억원 규모의 가격에 미국의 의료기기 제조사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 인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지금 갖고 있는 현금으론 절대 살 수 없는 규모인데 매입을 검토했단 것은 지분 스와핑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한 게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