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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코인 ETF 상장…국내 제도화 '하세월'
미국 암호화폐 '증권성'에 주목…한국, ICO도 금지
입력 : 2024-01-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시작했지만, 국내 도입은 하세월입니다. 입법 속도, 당국의 시각 등에서 미국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0일 그레이 스케일,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등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거래 펀드를 승인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ETF는 있었지만 비트코인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는 처음입니다. 승인 결정 하루만에 미국 증시에 11개 관련 ETF 상품이 상장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암호화폐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이 미국 제도권 금융시장 안착에 한걸음 다가서면서 국내에서도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의 기대는 쉽게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제도권의 준비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암호화폐와 관련된 법이라곤 지난해 6월 통과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전부입니다. 올해 7월 시행될 예정으로 첫 암호화폐 관련법입니다.
 
암호화폐의 시장 진입을 위한 두 번째 법안을 낸다는 이야기는 무성하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습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국회가 사실상 멈춰설 예정이어서 법안 발의 등은 총선 이후로 미뤄질 예정입니다.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은 기본적인 자세부터 다릅니다. 미 SEC는 암호화폐공개(ICO)를 증권법 안에 두고 있습니다. ICO를 증권 발행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ICO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ICO가 사실상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기업공개(IPO)와 동일하다는 심플한 기조"라며 "ICO를 활용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싶은데 그 행위가 증권을 발행하는 것이면 증권거래법을 따르라고 SEC가 예전부터 말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번에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 승인을 발표하면서도 여전히 비트코인은 증권이 아니고 보증한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오래 전부터 미국에서는 알트코인의 증권성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SEC는 암호화폐 리플(XRP)이 증권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7월 뉴욕지방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결했습니다.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두고 소송이 벌어지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코인 발행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제도권 도입에 대한 논의도 거의 없습니다. 작년 2월에서야 금융위원회가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토큰증권발행(STO) 도입을 발표한 정도입니다.
 
심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사실상 금지하는 방향으로 갔고 미국은 하고 싶은 대로 하되 증권이니까 증권법을 준수하란 쪽이었다"며 "미국엔 비트코인선물, 이더리움선물 등이 이미 등장했지만 국내에선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역시 미국에선 2013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10년이 지나 이제 통과된 것입니다. 미국이 걸어온 길을 참고할 경우 국내에서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게다가 미국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된 이번에도 금융위는 해외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국내 증권사가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국내에선 이번에 상장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금지한다고 못박은 겁니다. 고객들에게 해당 상품들의 거래 시작 소식을 알렸던 증권사들은 급하게 공지를 거둬들여야 했습니다. 
 
한편, 암호화폐의 제도권 도입 논의에 앞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신뢰회복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 2위 원화 거래소 빗썸은 실소유주 논란, 오너리스크, 주가조작 혐의 등 온갖 논란을 몰고 다닌 바 있습니다. 중소업체들의 사기도 뉴스에 종종 등장했습니다. 빗썸, 코빗, 고팍스 등 등 국내 거래소들은 무료 수수료를 내걸고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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