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리패스(244460)가 자금조달 일정을 연기하면서 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지난 3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80%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개발 중인 비마약성진통제 임상 2a상 실패로 추가자금조달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리패스는 지난 8일 300억원 규모의 12회차 전환사채(CB) 발행 납입일을 8월28일로 연기했습니다. 30억원 규모의 11회차 CB와 3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일도 각각 6월27일, 2월5일로 연기했습니다.
유상증자와 CB 인수인이 변경되면서 납입 일정도 연기된 것입니다. 다만 납입 일정이 밀리면서 최종 투자가 성사될지 의문입니다. 11~12회차 CB의 경우 최초 공시 당시 납입일은 각각 2월29일, 12월28일이었습니다. 이번 정정공시로 모두 납입일정이 6개월씩 미뤄졌습니다. 이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피할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최초 유증 공시 기준 납입일을 6개월 이상 연기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대상에 해당합니다.
시장에선 올리패스 CB의 경우 발행 취소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 파이프라인인 비마약성진통제 ‘OLP-1002’ 임상 2a상이 실패해 CB 등 ‘메자닌’ 투자 매력도 줄었다는 판단입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올리패스가 발표한 OLP-1002 임상 2a상 결과에 따르면 OPL-1002 투약군보다 위약군 투약 그룹의 통증 감소효과가 더 컸습니다. 이는 위약군과 투약군 간의 통계적 유의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돼 추가 임상을 위한 투자자 모집도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최근 변경된 유증과 CB의 인수인도 실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올리패스는 총 365억원의 자금조달 대상을 모두 ‘더시티’라는 법인으로 변경했는데요. 지난 2022년 12월에 설립된 더시티 역시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됩니다. 더시티는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4층 건물의 지하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며, 자본금 1억원에 설립된 이후 매출 등 유의미한 영업활동은 없습니다.
진짜 문제는 자금조달 실패에 따른 자본잠식 우려입니다. 올리패스는 지난 2019년 상장 이후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결손금이 늘면서 회사는 자본잠식상태에 빠졌습니다. 2022년 말 40.52%(연결기준)였던 올리패스의 자본잠식률은 작년 3분기 79.90%까지 늘어난 상황입니다.
같은 기간 올리패스의 자기자본은 92억원에서 33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추가 자금조달 없이 작년 4분기 33억원의 영업손실만 발생해도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습니다. 결산 기준 완전자본잠식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입니다.
올리패스 주가는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 우려에 임상 실패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작년 1월 고점(7480원) 대비 90% 넘게 급락했습니다. 작년 초 22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 역시 223억원으로 줄었습니다.올리패스의 자금조달 규모 335억원은 시가총액의 150%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 규모가 시가총액을 넘어서는데 자본잠식을 해소하더라도 CB의 주식전환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증자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자금조달 계획 및 더시티 관련 문의를 위해 올리패스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