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통한 정치 평론의 세상이 활짝 열렸습니다. 오는 4월 10일 제22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욱 그렇습니다. 누구나 정치평론을 할 수 있지만, 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치는 생각 외로 전문가 영역입니다. '종합 예술'이라고도 표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평론가'입니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 4선 의원을 지내면서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사무총장과 총무본부장을 지냈습니다. 당시 우리 정당사상 처음으로 온라인당원제를 본격 도입하면서 10만명 모집에 성공, 당세를 획기적으로 확장했습니다. 또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시작으로 4번이나 당의 입 역할을 맡았습니다. 최 전 의원은 대변인 시절 내내 특유의 입담을 앞세워 당의 주 공격수로 활동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이런 그를 "싸움닭"이라며 2010년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인 축구 베스트11에 선정,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이끈 뒤 민주당 혁신기구 정당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2020년 21대 총선 낙선 뒤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으나 2021년 4월 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물러났습니다. 지난 20년간 최 전 의원만큼 산전수전을 겪은 이는 많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의 만류에도 "세상은 변했고,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소명이 필요하다"며 정치 일선 은퇴를 선언한 그답게, 각 당의 총선 움직임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습니다. 아래는 지난 15일 만난 최 전 의원과의 문답 요약입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제1 관전 포인트는 이준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준석, 정권 말 정계개편 때 위력 발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개혁신당'을 20일 창당합니다. 온라인으로 5만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했는데, 첫 출발 괜찮은가요.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에 온라인 당원 입당이 처음 법적으로 허용됐습니다. 하루에 온라인으로만 2만명씩 입당했어요. 제가 '불세출의 사무총장'으로 불리던 시절입니다.(웃음) 정당이라는 게 하루에도 몇천 명씩 탈당하기도 하는데, 그 정도 성과라면 매우 고무적이고 이례적인 거죠. 계층이나 지역 기반이 뚜렷하지도 않고 대선 후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현역 의원들이 의기투합한 것도 아닌데 이런 성과를 낸 것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양당 정치에서 이탈한 국민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봅니다.
-3지대 정치세력이 약진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신당의 성과 혹은 효과를 의석수로 따질 수는 없습니다. 신당들이 떴다방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나름의 포지션과 의미, 현실적인 정치적 힘을 가지고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에 놓였다고 봅니다. 성공의 기준이 과거에는 의석이었다면, 현재는 메시지를 생산하고 현안에 대응하는 능력입니다. 이 전 대표가 이러한 능력이 뛰어난 거죠. 집권당 당대표를 하고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까지 치렀는데도 기존 정당의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문법으로 신당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준석 신당을 굉장히 주목하시는 것 같아요. 이번 총선 관전 포인트 1번을 뽑으면 이준석 전 대표입니까.
그렇습니다. 현안 대응 능력뿐 아니라 계속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거대 정당들도 아직 때가 이르다고 생각해서 그러는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이 전 대표는 계속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은 신당을 하지만 다음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적 격변과 역학관계의 변화를 거치면서 결국엔 보수정당 회기 혹은 통합에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 지는 태양과 떠오르는 태양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때 집권당은 재집권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요. 이준석 신당이 정치적 의미와 효력을 가지게 되면 정치적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적 역학관계의 격동이 일어날 수 있는 시기가 있는데,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위력을 발휘할 계기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신당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졌습니다. 민주당 내 패자였고, 비주류가 된 것인데요. 그렇다면 새로운 콘텐츠와 비전으로 당내 투쟁을 하고 이겨내야 하는데, 이 전 총리는 그러한 길을 포기하고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명분이 부족한 것이고, 우회로를 택한 근저에는 정치적 욕망이 있는 거죠. 민주당 계열 신당들을 보면 후보 개인의 득표력이 확보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민주당에 대한 표 잠식은, 전국적이지는 않지만 지역구별로 잠식 효과가 있을 겁니다.
"공정한 시스템 공천? 민주당 공천, 모두 의심하고 있는 상황"
-이재명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첫 일성으로 공천에 친명(친이재명)도 비명(비이재명)도 반명도 없으며 '더불어민주계'만 있을 뿐이라고 했어요 공천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강조한 표현이죠. 그런데 최근 자격심사를 보면 친명은 자격심사 통과, 비명은 자격심사 탈락이에요. 자격심사는 공천 심사가 아닙니다.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자격을 부여하는 건데, 공천심사를 해버린 격이 됐어요. 특히 친명 중에 자격에 하자가 있음에도 통과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국 친명·비명 없이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는 말이 무색해진 것이고 모두가 의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싸움은 공천입니다. 2012년 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했던 선거, 2016년 새누리당이 압승할 거라고 했던 선거에서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공통점은 오만한 공천이에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떻습니까.
국민의힘도 비슷합니다. 한 위원장이 이기는 공천, 공정한 공천을 말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이미 사실로 확인된 전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 대표를 징계해서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릴 때, 당 대표 선거에서 1등 주자들을 주저앉히고 5등 주자인 김기현 대표를 1등으로 만들었을 때,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김태우 후보를 공천했을 때, 김기현 대표를 끌어내려서 지금의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켰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과 공천 개입이 이미 확인됐어요. 너무 거칠고 폭력적인 용산발 공천이 진행될 거라는 건 막연한 추측이나 가설이 아니고 확인된 전제라는 말이죠. 결국 용산발 공천이 현실화된다면 한 위원장의 위상이나 지지도에도 굉장한 위기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용산발 공천 개입은 이미 사실로 확인된 전제"라고 밝혔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한 식구…'대통령 부부 쇄신' 못 해"
-한 위원장은 차기 대선 구도에서 이재명 대표와 양강을 이루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정치권에 안착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한 위원장에 대한 평가 점수가 아니라 기대 점수입니다. 그런데 기대 점수가 평가 점수가 되는 과정에는 높은 허들이 있습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쇄신을 이야기하는데요. 문제의 근원은 대통령 부부에게 있습니다. 다른 무슨 쇄신보다 '부부 쇄신'이 중요한 거죠. 이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외면하고 다른 쇄신을 해봤자 의미 없습니다. 한 위원장이 이러한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그야말로 특수 관계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가신이라고 표현하시던데 한마디로 형과 아우, 식구라고 봅니다. 그런데 부부 쇄신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위원장을 미래 권력으로 보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 지지율이 낮잖아요. 그럼 지지자들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누가 있어야 하나, 다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누구를 내세워야 하나? 소위 파랑새를 찾다가, 젊은 장관인 한동훈을 찾은 거고 이게 기대 점수로 나타난 겁니다. 그런데 평가 점수를 받으려면 대통령 부부 쇄신이라는 철옹성을 넘어야 하는 겁니다.
"양당 모두 추가 탈당 수요…민주당, 국힘보다 관리 능력 허약"
-앞으로 총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내일 투표한다면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선거는 3개월 후입니다. 지금 진행되는 공천은 2월 말에 끝나게 될 텐데, 공천을 어떻게 잘 해내느냐에 총선 결과가 달려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민주당의 리스크가 높습니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하위 20%에 대한 평가를 통해 페널티를 주는 룰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명단에 대한 보안 관리가 안 돼서 명단이 노출됐습니다. 형편없는 거죠.
4년 전에는 이 명단을 아무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위 20% 명단이 돈다고 한다면, 그중 일부가 경선에 나서지 않고 탈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선해봤자 안된다는 생각으로 탈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용산발 공천이 진행될 겁니다. 국민의힘은 현재 역대 최소 의석으로, 황금 지역이 아니면 다 떨어졌습니다. 용산발 공천으로 경선이 아닌, 전략공천으로 단독 공천으로 입성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현역 의원들을 파내야 하는데요. 이 과정이 굉장히 폭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집권 세력이기 때문에 다른 자리로 달랠 수 있지만 모두를 다 감당하지는 못합니다. 때문에 일부가 탈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의 균열이 당 파괴로까지 이어질 것 같진 않습니다. 양당 모두에게 추가 탈당 수요가 있긴 하지만 민주당이 관리 능력에 있어 더 허약하다고 볼 수 있겠죠.
대담=황방열 선임기자, 정리=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