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김유진 기자] 경제 기둥 한 축인 내수가 고금리·고물가 등의 여파로 침체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면서 기업들의 '경영애로 1순위'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들은 1분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면서도, 2곳 중 1곳은 '내수부진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입니다. 미래 성장동력을 가늠할 수 있는 벤처기업계 역시 내수판매 부진에 꽉 막힌 자금사정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조사(중견기업 800개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 지수는 92.7로, 전 분기보다 3.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지수는 100을 기준점으로 높을수록 긍정적, 낮을수록 부정적 의견이 많음을 의미합니다. 새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음에도 여전히 기준점인 100을 하회했습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1분기 중견기업 경기 전망 지수는 92.7로 전 분기 대비 3.2포인트 상승했다. 사진은 출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사진=뉴시스)
문제는 내수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입니다. 올해 1분기 중견기업 내수전망 지수는 90.5로,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수출은 3.5포인트 상승한 97.6으로 조사돼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업종별 내수 전망 지수를 보면 제조업 93.1, 비제조업은 87.8에 머물렀습니다. 제조업종별 양극화도 뚜렷합니다. 제조업 중 전자부품·통신장비(106.5), 식음료품(102.6) 업종만이 기준치인 100을 넘겼습니다. 자동차·트레일러(93.2), 1차금속·금속가공(92), 화학물질·석유제품(92.2) 등은 100을 하회했습니다.
기준치를 넘지 못한 비제조업 중 1분기 내수경기를 가장 낮게 전망한 업종은 부동산(78.1)이었습니다. 다음으로 건설업(80.9), 운수업(87.3), 출판·통신·정보서비스(92.5), 도소매(93.8) 등의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1분기 중견기업 경기 전망 지수는 92.7로 전 분기 대비 3.2포인트 상승했다. 표는 중견기업들의 경영애로요인 통계. (표=뉴스토마토)
중견기업들이 뽑은 경영애로 사항 중 '내수부진'은 절반이 넘는 50.1%를 차지했습니다. 인건비 상승(39.8%), 원자재가격 상승(35.5%), 업체간 과당경쟁(27.9%), 인력확보 난해(23.5%) 등도 애로 사항으로 꼽혔습니다.
벤처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벤처기업계도 '내수판매 부진'(33.6%)을 애로 1순위로 지목했습니다. 자금사정 어려움(33.2%), 인력확보 어려움(28.8%), 인건비 상승(25.7%)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는 전년보다 1.4% 줄어드는 등 2003년(-3.1%)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12월 지표가 더해져도 연간 기준 마이너스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 침체는 고금리, 소비침체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상반기까진 어려운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제경희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관은 "내수 중견기업의 수출기업 전환, 우수 중견기업 대상 맞춤형 정책금융 지원 등 관련 정책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소희·김유진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