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띄우고 있지만 빠른 시일내 시장에 안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상인들이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신용카드 결제로 오해하고 거부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등 현장과 간극 줄이기가 요원한 상황입니다. 카드 등록을 위해 스마트폰을 거쳐야 하는 만큼, 어르신들이 겪을 디지털 소외현상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지난 16일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규모를 5조원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충전식 카드형으로 '통합'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박 이사장은 "충전식 카드형이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와 혜택도 많다"며 "이제 지역화폐도 지류를 쓰는 곳이 거의 없다. 지류 확대 요구는 합리적이지 않다. 지류를 대폭 줄이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생겨난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골목형 상점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입니다. 현재 △지류형 △모바일형 △충전식 카드형 등 3가지 형태로 발행됩니다. 충전식 카드형은 지난 2022년 8월에 출시됐으며 별도의 카드 발급 없이 평소 쓰던 카드를 사용해 온누리상품권을 충전해 쓸 수 있는 형태입니다. 온누리상품권 사용 실적도 카드 실적으로 인정이 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17일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온누리상품권 발행액은 지류 2조1184억원, 모바일 3389억원, 충전식카드형 3963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4월1일부터 업체 사정으로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신규 구매가 중단되면서 이 수요 일부가 충전식 카드형으로 옮겨갔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발행액의 절대 다수인 74.2%는 여전히 지류형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1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의 모습. (사진=변소인 기자)
정책당국과 전통시장 현장 사이, 충전식 카드형을 두고 아직은 온도차가 크다는 것은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전통시장을 돌며 충전식 카드형 사용을 시도해봤습니다.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일반 카드와 사용법이 같습니다. 3000원어치의 물건을 구매하면서 상인에게 카드를 내밀었지만 돌아온 것은 거부반응이었습니다. 고개를 가로젓고 손사래까지 치는 상인에게 온누리상품권이라고 설명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 업체는 온누리상품권 모바일형도 받는 곳으로 QR코드도 붙어있었지만 충전식 카드형은 끝내 거절했습니다. "카드는 안 받아요"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중기부에서는 지류형 온누리상품권의 부정유통을 줄이는 한편 청년층의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아직도 전통시장 내에서는 지류형만 고집하는 업체가 많습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따르면, 모바일형 온누리상품권만 해도 시장에서 받지 않는 곳이 많아 지류형으로 바꿔달라는 민원이 쇄도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인 만큼 모바일 상품권보다도 훨씬 인지도가 낮은 충전식 카드형은 신용카드라는 모양새 때문에 입지가 더욱 좁습니다.
모바일형이나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확대는 상인연합회의 의견과도 대치됩니다. 정동식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은 16일 열린 제1차 '소상공인 우문현답 정책협의회'에서 오영주 중기부 장관에게 지류형 온누리상품권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정 회장은 지류형이 모바일·충전식 카드형보다 할인율이 5%포인트 낮은 것을 두고 "전통시장은 거의 연세 드신 분들이 오시고, 그분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은 모바일이 아닌 지류형 상품권"이라며 "지류형 상품권 할인율도 10%로 확대한다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 장관은 디지털화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온누리상품권 소비 진작은 전통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방식과 연결돼야 하고, 젊은 층들이 더 많이 올 수 있도록 디지털화와도 연결돼야 한다"며 "전국상인연합회와 함께 협의하면서 온누리상품권이 더 많이 발행되고, 확실하게 다 쓰일 수 있도록 방안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습니다.
중기부 전통시장과 관계자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고객층을 다양화해야 하고 젊은 층을 끌어들여야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늘리는 것이 맞다"면서 "그렇다고 지류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충전식 카드형의 경우 아직 실용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 튜터 등을 통해 정착할 때까지 도우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년층을 배제하는 형국이 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중기부는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사용 편리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충전식 카드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 본인인증, 비밀번호 설정을 한 뒤 계좌와 카드까지 등록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충전을 하기 위해서도 앱을 거쳐야 합니다. 스마트폰 활용이 쉽지 않은 어르신들의 경우 디지털 소외 현상을 겪을 뿐만 아니라 추가 할인 혜택도 누리지 못하게 되는 셈입니다.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알고 있는 한 상인은 "간혹 충전식 카드형을 쓰는 사람이 있어서 알게 됐는데 아직 홍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상인들 입장에서는 알기만 한다면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은 "요즘은 어르신들도 정부지원금 등을 쓰면서 카드 사용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카드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앱 설치, 회원가입, 카드 등록 등은 복잡해서 스스로 하기엔 힘들 것이다. 누군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