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자본시장의 화두로 떠올랐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증권사들도 해당 상품 중개를 준비했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리송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비트코인 ETF 상장 당일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금지한 것입니다. 이유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7월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예정이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선물ETF에 대한 규정도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금지하면서 증권사들은 동일 자산에 대한 선물 ETF 거래도 안 될 것으로 해석, KB증권은 비트코인 선물ETF 신규 거래를 제한했고,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거래 중단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다 금융당국이 "현물ETF 발행이나 중개를 제한한다"면서도 "해외 비트코인 선물ETF 거래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다시 내놓은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왜 상장 당일에서야 뒤늦게 입장을 내놨을까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지난해부터 얘기가 나왔고, 시장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정작 정부에서만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ETF은 이미 캐나다, 독일에 상장돼 지난 2021년부터 거래가 가능했는데, 이번에 당국이 규제에 나서면서 뒤늦게 해당 상품 거래를 막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금융위의 이번 대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상대적으로 가치 평가가 쉽지 않은 암호화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국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 이슈는 이미 알려져 있었고, 사전에 준비할 시간이 있었던 만큼 '뒷북 규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거래에 대해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죠.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안전성을 위해 앞장서야 할 금융당국이 혼란을 더 키운 셈입니다. 시장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세.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