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뒤 활기를 띠고 있지만 구정 대목을 앞둔 소상공인들의 표정은 침울합니다. 소상공인들은 협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가장 큰 실망감이 든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의 결정으로 서울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시작됐습니다. 서초구는 지난 28일부터 대형마트가 매주 일요일 정상영업하고 둘째·넷째 주 수요일에 쉬도록 의무휴업일을 전환했습니다. 이어 동대문구와 성동구에서도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대다수 지자체에서 모든 휴일에 대형마트 영업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지자체별로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거치면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결정 이전부터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의무휴업일을 손질해오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공공연하게 의무휴업일의 공휴일 지정이라는 기본 원칙을 없애면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속도가 붙는 모습입니다. 전통시장이 밀집한 지자체의 경우 이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달에 2번 휴일에 쉬던 대형마트가 문을 열자 소상공인연합회에는 소상공인들의 문의전화가 몰렸습니다. 자신이 속한 자치구도 의무휴업일이 바뀌느냐는 문의가 대다수였다고 하는데요. 소공연 측에서는 따로 전달받은 것이 없어 안내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소공연 관계자는 "경기 악화와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며 "정육, 청과, 수산 등 다양한 업종의 목소리가 반영돼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은 '대·중소 유통 상생협약식'을 열고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간 상생 뱡향을 함께 모색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달 22일 국무조정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생활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이 주말에 장보기 편리하도록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원칙을 폐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상생협약에 함께 참여했던 전국상인연합회에도 이러한 결정에 대한 통보는 없었습니다. 정동식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상생위원회 회의에서 서로 조율하며 차분하게 문제를 풀자고 했으나 국무조정실에서 갑자기 발표를 했다. 통보도 없었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힘도, 능력도 없지만 우리를 위해서 만든 법안이니 협의해서 했으면 좋겠다. 이럴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전통시장 상인회 측에서는 정부의 결정에 반발해 집회를 추진하자는 등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일단 전국상인연합회 측에서는 호소문 전달 등의 방침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관련 규제는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손질하려 했던 규제입니다. 반발이 거세지자 부랴부랴 상생협약을 하기로 했지만, 1년여 만에 또 같은 카드를 꺼내들어 이번엔 시행에 이른 것입니다.
최승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방침에 대해 '졸속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소상공인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 의원은 "가뜩이나 위축된 소상공인 경기와 얼어붙은 700만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성급한 결정"이라고 평가한 뒤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이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