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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유증 KR모터스, 재무개선 사활에도 ‘밑 빠진 독’ 우려
발행주식 106% 유증…조달 자금 전액 채무상환
입력 : 2024-01-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자본잠식에 빠진 KR모터스(000040)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에 나섰습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적 부진과 채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어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KR모터스는 지난 2020년에도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감자와 유증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R모터스는 지난 26일 27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습니다. 유상증자는 KR모터스 보통주 3.3주를 1주로 무상병합하는 무상감자와 동시에 진행됩니다. KR모터스의 발행주식 9613만8465주는 감자 후 2913만2868주로 감소하게 됩니다.
 
KR모터스가 유증을 통해 발행하는 신주는 총 3100만주로 감자 후 발행주식총수의 106.4%에 달합니다.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앞서 KR모터스는 지난 2020년 채무상환을 위해 3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올해 해당 사채의 만기가 돌아옵니다.
 
51회차 CB는 당초 전환가 1332원에 발행됐는데요. 발행 후 KR모터스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현재 전환가는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인 액면가 500원까지 내려갔습니다. 지난 30일 종가 기준 KR모터스의 주가는 331원입니다. 주가가 전환가를 하회하고 있어 CB 투자자들 역시 주식전환보단 만기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KR모터스는 이번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 전액을 51회차 CB 상환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신주 발행 및 인수수수료 등 9억원을 제외한 유증 순수입금 263억4900만원 전액의 사용목적을 CB 상환으로 잡았습니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KR모터스의 재무구조 개선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KR모터스는 지난 3분기 기준 자본금과 자기자본이 각각 195억원, 480억원으로 66.0%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12월 결산 기준으로도 자본잠식이 예상되는데요. 결산 기준 자기자본의 50% 이상 자본잠식은 관리종목 지정 대상입니다. 관리종목 지정 후 올해 결산에서도 자본잠식이 계속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유증 전 3.3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가 완료되면 자본금은 145억원으로 줄면서 자본잠식을 해소하게 됩니다. 여기에 유상증자한 돈으로 채무를 상환하면 자기자본이 증가해 재무구조가 개선됩니다. 다만 이번 감자와 유증에 주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채무에 대한 부담을 주주들에게 떠넘기면서 주식가치는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KR모터스는 지난 2017년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시작으로 2020년 51회차 CB까지 자본시장에서 1384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요. 이중 87.3%에 달하는 1209억원이 채무상환에 사용됐습니다. 사실상 증자와 차입으로 회사를 운영해온 겁니다. 채무가 증가하면서 회사는 수차례 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지난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 무상감자와 CB, BW 발행 및 유증을 진행했습니다. 
 
수차례 이어진 감자와 신주발행에 KR모터스의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2017년 6000원(감자 2회 감안)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이날 329원까지 빠지며 상장 후 최저가로 추락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차례 자본잠식에 빠지면서도 증자와 차입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는데 한계가 오기 전에 수익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수익 개선 없이 증자를 통한 ‘버티기’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라며 “이어지는 감자와 증자는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본잠식에 빠진 KR모터스(000040)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에 나섰다. 사진은 KR모터스가 제조한 배기량 300cc급 바이크 '아퀼라 300S' (사진=KR모터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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