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기준금리 곧 내리는데 고정금리 늘리라는 당국
'준거금리' 코픽스 떨어지자 변동금리 하락세
입력 : 2024-01-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에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대를 주문한 것을 두고 은행도 소비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엔 고정금리보다는 당연히 변동금리가 유리하기 때문인데요. 당국은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실적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은행의 고민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예보료율 차등인하 등 인센티브를 거론하며 은행권의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은 과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당국, 고정금리 주담대 활성화 추진
 
28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후 정책모기지 공급 및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변동금리 위주의 민간담보대출을 장기 고정금리 형태로 바꾸는 질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가계부채 문제의 구조적 개선을 위해 정책 모기지는 줄이고 민간 고정금리 모기지를 늘리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실제 대출금리에 최대 3%포인트 금리를 더 얹어 계산해 변동금리 대출 상품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고정금리형 대출 상품을 늘리는 은행에 예금보험료율과 주택신용보증출연료율산정 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당국이 고정금리 확대를 주문하는 것은 금리 변동에 따른 충격이 큰 변동금리에 가계대출이 치중해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의 고정금리 주담대 (10년 이상 고정 기준) 비중은 프랑스 97.4%, 독일 90.3%, 미국 85.0%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지난해 기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4.7%에 불과합니다. 
 
기존에 은행이 주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유형은 혼합형(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과 변동형(6개월 등 일정 주기로 금리 변화)으로 한정돼 있는데요. 이에 더해 금융당국은 만기까지 금리가 고정된 순수고정형과 3~5년 주기로 금리가 바뀌는 주기형 등 새 장기모기지 상품 출시를 독려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오는 4월 새 행정지도를 발표해 순수고정형과 주기형도 일정 비율 이상 취급하도록 강제할 예정인데요. 당국이 은행권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까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라는 주문을 하자 은행권에선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비율을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정금리 준거' 은행채 다시 오름세 
 
금융당국은 변동금리 위주의 민간담보대출을 장기 고정금리 형태로 바꾸는 질적 개선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는데 가계부채 문제의 구조적 개선을 위해 정책 모기지는 줄이고 민간 고정금리 모기지를 늘리기 위해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에 설치된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 (사진=뉴시스)
 
문제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출 차주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시기에는 금리 변동이 바로 반영되는 변동금리가 유리합니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다시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긴축 분위기가 안정화 된 이후에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6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는 4.00%~6.03%로 집계됐습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로 작용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가 하락세로 전환함에 따라 주담대 변동금리도 하단이 3%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요. 고정금리 하단이 3% 중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준거금리로 작용하는 은행채(5년물, AAA) 금리가 최근 두 달 새 0.5%포인트가량 하락한 영향입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시기를 당초 예상보다 늦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인데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해 12월29일 연내 저점인 3.705%를 기록했지만 이후 반등하면서 지난 25일 3.860%로 마감했습니다. 은행채 금리는 당초 미국 연준이 이르면 올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전망이 나오며 내림세를 탔다가 기대감이 가라앉으면서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고정금리와는 별개로 주담대 변동금리는 1월에도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엑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해 11월 4.00%에서 12월 3.84%로 넉달 만에 내렸기 때문입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SC제일·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금리를 가중평균해 계산한 지수인데요. 최근 은행권의 예금금리가 떨어지면서 코픽스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기대감이 은행채에 과도하게 선반영되면서 주담대 고정금리가 많이 떨어졌다가 최근 정상화 과정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3분기로 예상되는 만큼 코픽스 등 시장금리가 향후 답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 은행권 건전성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맞춰야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는 시민.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김보연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