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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액관리제, 택시회사·기사 모두 ‘반대’
수입 감소에 고성과자 엑소더스, 구인난 겪기도
입력 : 2024-01-30 오후 3:58:44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택시업계를 살리기 위해 도입된 전액관리제가 오히려 택시업계를 위기로 내모는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택시업계는 오랫동안 사납금 제도가 시행되며 만악의 근원이라 불렸습니다. 정해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채워야 하는 악습이 기사들을 조여왔기 때문입니다. 
 
수십년간의 개선 노력 끝에 탄생한 대체재가 전액관리제입니다. 전액관리제는 운송수입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면 기사에게 고정급여를 지급하며 수익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집니다. 인센티브형 월급제라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시행된 전액관리제는 코로나19를 만나자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고성과자에 대한 임금 배분이 비효율적이라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사납금일 때엔 차라리 열심히 많이 벌면 사납금 초과분을 온전히 가져가기라도 했는데, 전액관리제에선 가져가는 수익이 줄었다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고성과자로 분류되던 기사들이 택배·배달 등으로 이동했습니다. 3만명이 넘던 서울 법인택시 기사 수는 2만명으로 줄었고, 한때 심야택시가 부족해 대란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고성과자가 빠지고 저성과자가 늘어나는 건 회사 운영은 물론 승객에게도 좋지 않은 일입니다. 절반을 넘나들던 서울 법인택시 가동률은 3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2021년부터 월급제란 이름으로 주 40시간 근무까지 추가되자 저성과자가 많아지고 고성과자가 귀해지는 기형적인 현상이 심화됐습니다.
 
서울시는 전체 254개 법인택시 회사 가운데 21개사에 대한 1단계 긴급 점검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21개사 전체에서 임금공제 등 위반사항을 적발했습니다. 21개사 모두 운송수입기준금보다 미달한 기사 임금에서 미달금을 공제하는 식으로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고성과자가 있어야 업체가 돌아가는 구조다보니 각종 부가적인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성과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며 “당연히 저성과자에게 줄 돈이 없어지고, 이를 이유로 미달금을 공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올 연말까지 나머지 233개사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국토교통부에도 저성과자 제재 방안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내고 대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서울에 있는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택시들이 서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 업계와 기사 모두 지금의 전액관리제로는 현실에 맞지 않다고 토로해 왔습니다. 앞서 진행된 서울시의 전액관리제 실태조사 결과 업체 가운데 90.8%, 택시기사 중 64.7%가 전액관리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택시회사들은 반대 이유로 ‘기사들의 불만(42%)’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불성실 근로 증가(30.9%)’, ‘기준금 미달자 다수 발생(11.0%)’, ‘4대 보험료, 퇴직금 등 증가(10.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택시기사들은 ‘초과금 노사 배분에 대한 불만’이 39.8%로 가장 많았고, ‘높은 기준금(21.3%)’, ‘성실.불성실 근로 차이 미미(14.5%)’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전액관리제는 저성과자에 대한 제재가 안 돼 100만원 일한 사람에게 200만원 봉급 주라는 악법”이라며 “세계적으로 시행하는 리스제를 도입하거나 최소한 열심히 일한 사람이 일한 만큼 가져가도록 기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역 택시승강장에 택시들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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