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의 R&D(연구·개발) 사업 구조 개편과 예산 조정에 따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표정이 갈리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포진한 R&D 사업 분야 대다수는 감액을 피했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우 올해 사업비 절반이 날아간 사례도 많기 때문입니다.
중기부에 따르면 당초 R&D 사업비 감액이 예상됐던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과 기술혁신개발사업 중 일반회계에 해당하는 사업은 감액 없이 기존 계획대로 사업비가 지급됩니다. 이들 사업은 각각 20%, 25%의 사업비가 줄어들 예정이었으나, 중기부가 해당 사업에 올해 증액된 예산(1485억원)을 투입해 부족한 사업비를 충당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창업 7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팁스(TIPS), 디딤돌 등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은 차질 우려를 덜게 됐습니다. 디딤돌 사업을 진행하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사업비가 깎일 줄 알고 올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는데 예산이 복원돼서 다행"이라며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의 사업비를 깎으면 큰 일 나는 데다가 투자사들도 투자한 금액이 회수가 되지 않으면 안 되니 중기부가 유지사업 예산을 충당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감액 대상 사업 중 창업 7년 이상의 기업이 주로 참여하는 중기부 R&D 사업 중 일반회계에 해당하는 기술혁신개발사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업은 사업비가 50% 감액됩니다. 2477개의 과제가 감액 대상입니다.
김우순 기술혁신정책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R&D 예산 삭감에 따른 중기부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2개의 중기부 R&D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한 지역 중소기업은 각 과제별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이 기업의 연구개발팀 차장은 "중기부 R&D 과제 2개를 하고 있는데 하나는 25%, 하나는 50% 감액 대상이었다"며 "25% 감액될 예정이었던 기술혁신개발사업의 사업비가 훨씬 컸는데 예산이 복원돼서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과제의 사업비가 50% 깎이는 것에 대해서는 "차라리 신규과제 예산을 줄이는 것이 맞지, 기존에 연구하고 있던 과제의 사업비를 줄이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R&D 사업비 감액 대상 기업 대다수는 기존 과제의 사업비가 깎이면 연구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R&D 우수성과 기업으로 선정돼 수상을 한 중소기업도 이번 R&D 사업비 삭감을 비켜갈 수는 없었습니다. 이 기업 대표는 "지난해 선정된 구매조건부 과제의 사업비가 올해 50% 정도 깎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객사가 구입을 한다는 전제로 신제품을 만들어서 납품하겠다고 협약한 것인데 예산이 3억원 정도 깎여버리면 원래 만들기로 했던 완제품의 40%밖에 개발을 못한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완제품을 받아야 하는데 자부담으로 연구를 하자니 비용이 크고, 멈추자니 연구개발을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어 "중기부가 대안으로 저리 대출을 제안하고 있지만 대출은 결국 갚아야 하는 돈이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경영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연구개발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는 미래의 계획을 세울 수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기부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중기부 장관과 해외도 함께 다녀온 한 중소기업 대표는 감액된 과제의 연구를 중단하려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대표는 "사업비가 절반으로 깎이면 연구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연구를 중단하려고 했다. 그런 의견을 내비쳤더니 해당 연구과제에 대한 감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정부가 과제 중단을 희망하는 경우 제재조치를 면책한다고 했지만 감사 등을 고려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과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