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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②-상)“중대법 전면적용…사법부 판단 의존은 개선 필요"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 ②탄-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
입력 : 2024-02-05 오전 6:00:00
 
 
새해 '완전한 경제 회복'의 염원과 달리 더욱 복합적인 리스크로 한국경제호의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심화와 내수 침체, 저출산·고령화 가속화, 유가·물가·고용 불안 요인까지 대내외 충격파로 인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 우려가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더욱 복잡 미묘해지는 리스크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뉴스토마토>가 국책연구원장들의 통찰력 있는 진단과 고견을 들어보는 신년인터뷰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 ④탄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두 번째 순서로 고용, 노동, 사회정책 분야의 국가정책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의 제언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됐습니다. 업종별 위험성 유형을 평가하고 사법부의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부분을 개선하도록 논의해야 합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4일 <뉴스토마토>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허재준 노동연구원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유예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게 됨에 따라 83만개가 넘는 사업장이 새로이 중대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현실을 살펴보면 아직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기상조인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무련 노력 의지를 천명하지 않고 유예만 요구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시대에 들어서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점도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업종별 위험성 유형을 평가하고 안전상 유의해야 할 점을 공유하며 이를 지키도록 하는 방식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허 원장은 "중대법에서 개선돼야 할 부분과 사법부의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부분의 개선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형사 처벌은 '궁극의 목적'이 아니라고 꼬집었습니다. 법 제정 취지는 재해 예방이며 사법부의 판단이 이에 충실하도록 법 규정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허재준 원장은 "사망사고의 73.5%를 차지하는 떨어짐·끼임·물체에 맞음 세 원인에 집중해 사법부 판단의 불확실성 영역을 줄이면서 재해 예방 노력은 극대화 하는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허 원장은 "그간의 산재사고 원인 진단에 기초해 3대 사고로 인한 구체적 사고 방지 기준을 마련하고 세 가지 원인으로 인한 사망사고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 방식으로 구체성을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법적 판단과정을 보니 위험성평가 여부가 사업주 의무에 대한 중요한 판단근거가 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중앙회는회원사들과 이러한 지식을 공유하도록 대응하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4일 <뉴스토마토>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올바른 적용과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등에 대해 밝혔다. 사진은 인터뷰하는 허재준 원장. (사진=한국노동연구원)
 
저출산 현상과 관련해서는 사회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저출산은 생태학적 차원과 문화 및 가치관, 노동시장 여건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는 "수도권의 높은 인구밀도와 극심한 경쟁, 경제활동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는 기회비용이 지난 50년 동안 수백 배 증가할 정도로 급변했다"며 "여성에 집중돼 있는 육아 부담과 더딘 성역할 변화 속도, 일·가정 균형이 어려운 기업문화 등이 모두 여성들이 경제활동과 비출산을 선호하게 된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는 단순히 노동시장 규범과 관행을 바꾸는 일 만으로는 저출산 상황을 역전하기 힘들다는 얘기"라며 "하지만 저출산을 지금보다 완화시키지 않으면 사회적 적응비용이 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출산 상황이 가져오는 변화에 맞도록 기존의 시설, 제도, 인프라를 적절히 조율해 적응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며 "적응이 필요한 분야는 노동분야 뿐만 아니라 국방, 교육, 복지 등 전방위에 걸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향후 휴직보다 육아기에 있는 직원에게 과감하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관행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급속하게 진행될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기업들이 지금부터 이러한 시도를 통해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에 대해서는 "'가족초청 허용'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력 중 법률을 성실히 준수하고 납세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사람들에게 가족 초청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배우자도 가사노동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저출생 현실은 전향적 영주정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근 10년까지 체류를 허용하지만 가족초청을 허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용허가제의 틀에서 시범사업을 설계하기 보다는 기존에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가족초청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노동계를 뜨겁게 달궜던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관행 개선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허 원장은 "사소한 것이라고 무시하거나 관행이라고 생각하고 당연시 하던 사안에 대해 질문할 계기를 마련한 것은 중요한 기여"라면서도 "한국의 현실에서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관행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는 "노동시장 내 양극화 내지 상대적 박탈감 증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보다 관행 개선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단순히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차별을 시정하는 제도를 두는 것만으로는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대노조와 사용자 단체, 원청기업과 해당 기업 노조가 합심해서 같은 사업장 내에서 일하는 하청근로자와 과도한 임금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개선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노사가 책무성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정부에 요구할 것을 요구한다면 훨씬 바람직한 변화가 이뤄지고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도 훨씬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4일 <뉴스토마토>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올바른 적용과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등에 대해 밝혔다. 사진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중인 허재준 원장. (사진=한국노동연구원)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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