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KT 사례와 달리 국민연금이 잠잠해 포스코 ‘장인화호’ 출범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간 인선 과정에서 후보군이 좁혀질 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공개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지지율도 부진한 마당에 소유분산기업을 흔드는 모양새는 더욱 꺼릴 것이란 시각입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장인화 포스코 차기 회장 최종 후보 발표 후 곧바로 설연휴가 시작돼 국민연금 반응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KT 사례와 비교할 때 그간의 인선에서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는 관측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 재연임 가능성이 불확실할 때는 국민연금이 공평한 기회를 강조하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지만 이후엔 잠잠하다”면서 “호화출장 이슈가 불거져 이사회에 제동을 걸 명분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런데 최종후보가 나온 뒤에야 반대입장을 낸다면 정권 입맛에 맞추려 한다는 오해를 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KT 사례에선 이례적으로 연금이 보도자료까지 내며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제동을 걸었습니다. 또 사외이사진에 대해선 반대표를 행사할 의사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구현모 당시 KT 대표부터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까지 낙마했고 사외이사진 중에서도 야권 성향 인사 3인이 동반 사퇴했었습니다.
이에 비해 포스코 인선에선 차기 회장 후보추천위가 본격 가동되기 전에만 김태현 이사장 개인 발언을 빌어 국민연금의 간접적 불만 표출이 있었습니다. 직후 재연임 도전 의사가 불투명했던 최정우 회장이 후보군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런 다음엔 호화출장 이슈로 경찰 조사가 표면화 돼 이사진 압박이 재연되는 듯했지만 국민연금은 침묵했습니다.
물론 장인화 후보 역시 호화출장 건으로 고발인 명단에 오른 만큼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포스코가 몇 달 동안 수장 없이 비상경영상태에 빠질 것은 정권에도 부담입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기도 부진한 국면에 포스코 공백사태를 초래해 경제적으로 부정적 상황을 만드는 것은 총선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대차까지 나서 반대표에 힘을 보탰던 KT 사례에 비해 포스코 내 국민연금 지분(6.71%)도 크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외 규모가 큰 대주주가 없고 그간 그룹 내 임직원에 대한 자사주 성과지급도 많아 표대결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 가운데 장인화 후보에 대한 그룹 내부 지지도는 높은 편입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차기 회장은 철강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확장에 치중했던 신사업도 건실화 작업이 요구된다”며 “뜬금 없는 낙하산보단 철강 본업에 충실하면서 신사업도 아우를 수 있는 후보(장인화)에 대해 직원들은 다행스럽다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장인화 후보는 과거 포스코 대표이사 부임 시절 시황이 부진했던 철강업을 방어해 사상 최대실적까지 연결한 바 있습니다. 또 포스코퓨처엠 상장 등 신사업을 이끈 경험까지 더해 소방수 역할이 기대된다는 게 내부 평가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