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우리나라는 기업 자산이 5조원 이상이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각종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데요. 엔터업계에서는
하이브(352820)의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는 만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것으로 점치는 상황입니다. 다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 완화 기조를 밝히면서 높아진 기준에 하이브가 부합할 지 여부는 미지수인데요. 대기업집단 지정이 유력한 하이브의 공시 의무가 더 강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하이브의 자산 규모는 5조5235억원입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공정자산 기준 5조원 이상 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각종 공시와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공시 등의 의무가 주어집니다. 우선 동일인(총수)이 정해져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적용을 받습니다.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 감시망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는 셈인데요. 총수는 물론 친족(혈족 4촌·인척 3촌 이내)과 임원의 주식 보유 현황 등을 모두 제출해야 하고 내부거래 제한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부과됩니다.
엔터업계에서는 하이브가 국내 연예기획사 중 최초로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지난 2005년 방시혁 프로듀서가 설립한 중소 연예기획사가 18년 만에 중견기업군을 벗어나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군 진입을 앞두게 되는 셈입니다. 하이브가 대기업군의 기준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 최대주주인 방시혁 이사회 의장은 공정위가 지정하는 동일인, 엔터 대기업의 총수가 됩니다.
엔터업계 내에서는
에스엠(041510)이 카카오그룹에 인수돼 대기업군에 속하지만, 독자적으로 성장해 대기업군 진입을 앞둔 것은 하이브가 최초입니다. 엔터 산업이 주류 산업의 반열에 올라섰음을 방증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일 공정위는 현행 자산총액 5조원인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을 국내총생산(GDP)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는데요. 그간 국민경제 규모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은 변동이 없어 경제여건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2009년 공시제도가 도입되면서 만들어진 자산 기준이 10년 넘게 유지되면서 대기업이 아닌 중견집단까지 대거 공시집단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명목 GDP의 0.25%,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0.5% 적용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는 1조7092억달러, 한화로 약 2270조원입니다. 2270조원에 0.25%를 적용하면 5조675억원인데요. 지정 기준이 바뀌어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적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이브 관계자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의 경우 GDP와 연동하는 방식에 대해 공정위의 추후 세부적인 기준이 우선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공시 의무가 강화된다 해도 아티스트 공시 관련해서는 기존과 크게 차이는 없을 거란 의견도 있습니다. 엔터산업 특성상 아티스트 계약은 매출별 항목이 달라 일반 수주 계약처럼 공개할 수는 없다는 시각입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같은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라도 연봉이 다 다르고 비공개로 하듯 같은 소속사 안에서도 아티스트별 계약 비율이 달라 아티스트 관련 내용을 전부 공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그 외 공시와 관련해서도 엔터사가 지배구조가 복잡한 기업은 아니어서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