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서울 내 도시정비 사업장 곳곳에서 사업 주체 간 갈등으로 잡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건비와 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시공사와 조합 측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요. 각종 이권을 놓고도 조합과 조합원 간, 조합과 지방자치단체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최근 조합에 공사비를 기존 2조6363억원에서 4조775억원으로 올려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현대건설 측이 물가 변동과 전체 동수와 세대수 증가 등 설계 변경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청한 것입니다. 기존 평(3.3㎡)당 공사비가 기존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50% 가까이 올랐습니다.
조합 집행부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3월 말 착공을 목표로 현대건설과 공사비 증액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알림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포주공1단지는 2017년 재건축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선정한 뒤 2022년 1월 주민 이주를 마무리했지만 조합 내 갈등, 시공사와 공사비 책정 문제로 아직까지 착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근 새 집행부가 선임된 뒤 현대건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자재비와 인건비 비용이 늘어 공사비 변경 부분을 조합에 전달했다"면서 "협상단이 꾸려지면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잠실 진주아파트(잠실 래미안) 재건축의 경우 지난해 말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조합 측에 3.3㎡ 당 공사비를 660만원에 889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습니다. 이후 조합 총회에서는 공사비 인상안이 부결됐고, 현재 최종 공사비를 두고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찾아 현장소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 역시 총회에서 조합원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분담금 확정 안건이 부결되며 사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재건축·재개발 곳곳 마찰…"표준공사비 도입 검토해야"
조합원 간 내홍을 겪으며 공사가 멈춰선 곳도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올해 1월1일부로 조합의 공사비 미납으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뒤 2019년 5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 및 철거작업이 진행되면서 일반 분양가를 두고 조합 간 내분이 발생했는데요. 분담금 증액 반발로 조합장 소송까지 갔습니다. 현재 조합장 직무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며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 중입니다.
직무 대행 체제로 조합 집행부가 새로 꾸려지면서 공사비 협의 등을 통해 공사 재개에 대한 희망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측에서 소송을 돌연 취하하면서 조합장 지위가 복원되고 직무대행 권한이 상실하면서 사업 진행이 더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잇따른 조합 수뇌부 공백에 대조1구역 공사 재개는 답보 상태입니다. 공사가 중단된 지는 달이 넘었고, 공사가 중단됐다해도 공사장 시설 운영비 등은 여전히 조합원들의 부담이기도 합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조합 구성 및 밀린 공사비가 우선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다.
아직 삽도 뜨지 않은 정비사업장에서 조합과 지자체가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북아현2구역 조합)은 '1+1' 주택 공급안을 놓고 담당 지자체인 서대문구청과 대립하고 있습니다. 결국 조합이 총회에서 1+1 주택 공급을 취소하며 일단락됐지만, 기존 1+1을 신청한 조합원들의 반발로 법적 분쟁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1+1 주택공급안은 조합원이 원할 경우 추가 1가구, 총 2가구를 배정하는 것으로 감정가액이 높거나 구역 내 보유 중인 주택면적이 큰 조합원이 그 대상입니다. 조합은 지난 2022년 두 달 동안 추가 1주택을 포함한 분양 신청을 받으면서 추가 1주택의 경우 '일반분양가의 90%' 가격으로 조합원에게 공급한다는 내용을 총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서대문구는 지난 1월 16일 추가 1주택 관련 총회 연기 검토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일반분양가 90%가 아닌 '조합원 분양가 적용'이 합당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조합 측은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반발했는데요. 서대문구청 측은 추가주택의 경우 '도시정비법 제74조 제4항'을 근거로 감정평가법인 등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 해 산정한 조합원 분양가로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늘어난 공사비 등으로 인해 향후 정비사업장 갈등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사비 상승은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 갈등은 업체와 조합간 가격에 대한 간극이 크기 때문에 타협이 쉽지 않다"며 "정부에서 표준공사비를 도입해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송정은·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