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기업공개(IPO) 심사가 깐깐해지자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한 기업은 옵토레인, 하이센스바이오, 코루파마, 노르마, 피노바이오 등으로 집계됩니다. 파두 사태 여파로 금융당국의 증권보고서 심사가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시장에선 이들 기업이 장기간 심사 끝에 승인을 받아 증권신고서 제출 등 상장 절차를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기술 이전을 활용한 수익 창출로 자생력을 갖췄고, 저금리 시기 높아진 몸값 여파로 추가 투자유치에 실패해 상장을 택한 곳들이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5월 4일 상장 심사를 신청한 이후 8개월 넘게 심사를 받으며 장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결국 예비심사를 철회했습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기업의 사업성보다는 기술성에 우선순위를 둬 상장시키고 있지만, 상장 후 공모가를 밑돌고 파두 사태가 터지면서 심사가 깐깐해졌다는 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결국 피노바이오는 코스닥 상장을 철회하고 기업가치 제고 후 IPO에 재도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지난해 5월 예심 청구 후 파두 사태 등 대내외 변수로 계속해서 심사가 지연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파두는 기술특례로 기업 가치 1조원을 인정받고 코스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2~3분기 공백에 가까운 실적을 거둔 사실을 알리지 않아 '사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업계에선 예비심사 청구 당시 제시한 기업가치와 실적의 괴리 여부를 보다 줄이는 방향으로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예비 심사 과정은 파두 사태 전후로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바이오 신생 기업들의 경우 매출과 영업 지속성을 유지하기에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 본인들이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여겨 자진 철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IPO업계 한 관계자는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에서는 에이피알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주는 기업을 선호한다"면서 "결국 기업의 사업성보단 기술성만 강조하면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기술특례 상장이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되는데, 국내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사례는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정도에 그친다"면서 "상장 후에도 연구개발 성과 미진, 상장 폐지, 공모가 10분의 1보다 못한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거래소나 금융감독원에서는 규정에 따라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파두 사태 여파로 시장성을 보게 되면서 바이오업체들이 힘들어진 상황에 직면했다"라며 "기술의 진보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트렌드를 쫓아가야 하는데 양과 퀄리티가 예전에 비해 못 미치고 있다. 이러다보니 상장 심사위원과 투자자들한테 외면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경준 혁신 IB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바이오기업이 예비심사를 많이 청구한 만큼 거래소에서도 옥석가리기에 돌입했다"면서 "거래소 기조와 맞지 않는 기업들은 철회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뉴시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