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신상민 기자] 작년 11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K팝 위기론’을 거론했습니다. K팝 신드롬 중심에 있는 하이브, 하이브를 이끄는 방 의장 발언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는데요. 강력한 헤비 팬덤은 확정성의 한계가 있기에 긴 호흡으로 소비를 확장시킬 라이트 팬덤이 보다 두터워져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K팝 생명력 확장을 위해 ‘굵고 짧게’ 보다 ‘넓고 가늘고 길게’. K팝 시장을 이끄는 주요 동력에 대한 딜레마를 짚은 내용이었습니다. 라이트팬덤의 현 주소 <뉴스토마토>가 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방시혁
하이브(352820) 의장이 방송에 출연해
K팝 위기론을 얘기할 때 바로 옆엔 박진영
JYP Ent.(035900) 총괄 프로듀서가 있었습니다
. 두 사람은
K팝 산업의 미래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 헤비 팬덤
(코어 팬덤
)만이 아닌 라이트 팬덤의 확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지만 두 사람의 행보는 다릅니다
. 하이브가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라이트 팬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추구한다면
JYP엔터는 해외 현지 팬을 공략해 라이트 팬덤의 폭을 넓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 방향성은 맞아 보입니다
. 하지만
JYP엔터가 해외 현지 팬을 공략하는 동안
K팝 본고장인 국내 라이트 팬덤은 거의 실종되다시피 하고 있었습니다
.
자료=뉴스토마토
‘TOP100’ 평균 0.8곡 진입
20일
<뉴스토마토
>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23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JYP엔터는 멜론 차트 기준 월별
TOP100에서 평균
0.8곡을 기록해
4대 기획사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 같은 기간 하이브가
20.2곡
, 에스엠(041510)이
5.4곡
,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가
3.8곡을 차트에 진입시킨 것과 큰 차이가 납니다
.
JYP엔터에선 엔믹스가 작년 3월 20일 발매한 EP1집 expérgo 수록곡 2곡을 차트에 올렸습니다. 4월에 ‘Love Me Like This’와 ‘Young, Dumb, Stupid’가 함께 차트에 진입했고, 5월부터 7월까지 ‘Love Me Like This’가 TOP10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있지는 작년 7월 31일 발매한 7번째 미니앨범 ‘KILL MY DOUBT’ 타이틀곡 ‘CAKE’를 8월부터 11월까지 TOP100에 올렸습니다.
작년 한 해 새 앨범을 발표한 JYP엔터 소속 아티스트 엔믹스와 있지, 단 두 팀만이 국내 라이트 팬덤에게 ‘미미한’ 존재감을 호소했을 뿐입니다.
(좌)트와이스 (우)스트레이 키즈. 사진=JYP엔터
‘국내’보다 ‘세계화’
JYP엔터 소속 아티스트가 국내 음원 차트에서 전멸하다시피 한 건 ‘현지화 전략’ 때문입니다. JYP엔터는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확충을 위해 아티스트의 해외 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JYP엔터는 소속 아티스트 가운데 최고 흥행IP 트와이스를 ‘투어 아티스트’로 전환시켰고, 스트레이 키즈를 미국 시장에 안착시켰습니다. 또한 미국 현지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와의 합작으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A2K’를 진행해 미국인 4명과 캐나다인 1명, 한국계 미국인 1명으로 구성된 비춰(VCHA)를 발굴해 지난 달 26일 데뷔시켰습니다.
일본에선 소니뮤직과 함께 진행한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9인조 걸그룹 ‘니쥬’를 선보였고, 중국 보이그룹 ‘프로젝트 C’와 한국 보이그룹 ‘라우드 프로젝트’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굳건한 국내 헤비 팬덤을 넘어 일본과 중국 그리고 팝의 본고장 미국까지 이어지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팬덤 확장을 꾀하는 것”이라며 “팝의 소비가 전 세계에 폭넓게 이어진 과정을 K팝에 접목시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진영 JYP엔터 총괄 프로듀서. 사진=뉴시스
선택과 집중, 흔들리는 국내 시장
JYP엔터의 이 같은 전략, 다시 말해 국내 시장을 외면하고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은 새로운 라이트 팬덤층의 확장을 노리는 ‘선택과 집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분명 방향성은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위험 요소도 커 보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JYP엔터 주가는 작년 7월 14만원대를 기록했지만 이달까지 7만원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있지와 엔믹스의 컴백 앨범 초동 판매량 저하가 직격탄이었습니다. 있지의 미니8집 초동 판매량은 전작(82만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32만장, 엔믹스도 전작(103만장)보다 크게 감소한 62만장에 불과했습니다. 해외 활동에 전념하는 동안 기존에 형성된 국내 헤비 팬덤마저도 붕괴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박진영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달 19일부터 20일까지 직접 자사주 50억원어치(6만 200주)를 장내 매수하며 주주를 달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내 시장을 등한시한 대가를 지고 있는 중입니다.
글로벌 신인 아티스트를 활용한 IP를 통해 K팝 산업 매출 포인트를 전 세계로 확장하겠다는 JYP엔터. 박진영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알 듯 합니다.
김재범·신상민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