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길을 걷다, 남색 하늘빛에 젖은 이팝나무 한 그루를 봤습니다. 아득한 하늘 위로 자기 존재를 뻗고 있는 나뭇가지를 보면서, 올해도 한 차례 피고 질 꽃을 떠올렸습니다.
꽃은 계획대로 봄을 채우다 떨어지겠지요. 하지만 가지는 여름 가을 겨울에도 저 자리에 남아 자기 존재를 꼿꼿히 세워갈 겁니다.
지난 10일 수원의 한 거리에서 이팝나무가 가지를 뻗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그래서 가지가 뻗은 방향이 아름다우면, 그 위에 피어날 꽃은 자연히 그 나무의 형태만큼 미려할 거라고 여겼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잘 세운 계획으로 좋은 성과를 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험한 산길에서 보이는 나무가 한쪽으로 기운 것처럼, 오르기 힘든 길일수록 거센 바람을 맞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방향에 치우쳐 누운듯한 그런 나무가 예뻐 보일 리 없습니다.
그런데 그 못생긴 나무의 가지는 산 꼭대기 방향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그러니 한겨울 비바람 속에도 나의 뿌리를 지켜내면, 봄에 필 꽃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정상으로 향할거라 믿습니다. 발레리나의 굳은 발이 아름다운 무용을 완성하듯이요.
그러니 찬바람에 가지가 흔들려도 좌절하지 말자고 서로 격려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