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실제 확률을 검증할 모니터링단이 출범도 하기 전에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습니다. 아이템 확률 조작 의심을 근거로 게임사에 해명을 요구한들, 게임사가 구체적인 데이터가 포함된 답변서를 보내야 할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2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24명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의 2차 모집을 전날 시작했습니다. 1차 모집 때 정원의 절반인 12명만 합격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모니터링단은 3월22일부터 확률 정보 미표시 게임물을 단속하고, 거짓으로 의심되는 확률 정보 검증도 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모니터링단의 활동 근거인 개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는 이들이 각 게임 아이템 확률 정보를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근거가 없습니다. 그리고 게임 내 아이템 확률 표기가 돼 있는지 확인할 뿐, 아이템을 직접 구매해 보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예산은 둘째치고, 24명이 아이템을 아무리 구매한들 게임 내 소수점 단위 확률을 검증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부산 해운대구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방문해 게임 분야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는 "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고 예산도 인력도 사실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의 인력 으로 할 수 있는 건 확률 표시를 똑바로 하고 있느냐 정도고, 그 표시된 확률이 실제 확률과 일치하는지를 검증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게임위 혹은 다른 곳에서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을 실효적으로 할 수 있게 법적 근거 마련과 인력과 예산이 보충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체부는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게임 전문가와 변호사 등을 모아 자문단을 구성할 예정입니다. 게임위는 아이템 확률 조작 의심 신고도 접수 받을 예정입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1차적으로 모니터링단이 '확률 표시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조작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자문단에서 의심되는 징후가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의심스러운 내용이 있다면 공정위 등에 조사 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모니터링단과 자문단이 아이템 확률 조작 의심에 대해 근거를 어떻게 대느냐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문체부는 의심 징후를 포착한 경우 해당 게임사에 답변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데요. 게임산업법 31조2항은 문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게임 사업자에게 필요한 보고를 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조건은 게임물 유통질서 확립, 사행행위에의 이용 방지, 사행성 조장 방지 등 세 개인데요. 문체부는 이 가운데 '게임물 유통질서 확립'이 확률형 아이템 검증 근거라고 해석합니다.
그런데 게임사에겐 아이템 확률 조작 의심에 대한 모니터링단의 질의에 대답할 의무가 없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해당 조항에 대해 "'게임 사업자가 이에 대해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식으로 들어가야 의무 부여"라며 "문체부에 보고에 대한 권한이 부여되는 것이지, 게임사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확률형 아이템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했는데 게임사에서 제출하지 않는다면 공정위에 직권 조사를 요구하는 방법,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 등이 단계별로 마련돼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하지만 문체부가 공정위나 검찰에 직권 조사나 수사 의뢰 할 수 있는 근거 자료 확보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조계에선 모니터링단이 확률 조작 의심의 근거를 제대로 확보하려면 이용자 많은 게임 위주로 살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 변호사는 "논란이 될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안이나, 다수 소비자의 민원 제기가 있어야 업무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과적으로 공정위 조사 권한에 의존하게 될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정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글로벌게임산업 전공 교수는 "소위 확률형 아이템의 표시의무를 법제화한 취지와 필요성은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해당 규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니터링단 설치 등 현실적인 수단이 그 목적을 충실하게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매우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