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는 파업 아니야"
오랜만에 선배와 저녁자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병원을 다녀온다는 말에 전공의 파업 여파가 없는지 물었습니다. 다행이 피부과는 파업과 크게 연관이 없어서 정상 진료를 한답니다. 치과랑 성형외과도 마찬가지라는데요. 미용병원은 파업하면 돈을 못벌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사직서를 던지고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전공의 파업. 가족과 친구들 모두 건강해서 피부에 와닿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해 보입니다. 급한 수술을 받지 못해 위중한 환자, 항암치료를 못받는 환자 등 말도 안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미용병원은 아닙니다. 모 언론사 기자가 직접 취재해서 작성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대형 피부과에 모발 이식을, 대형 성형회과에 콧대 수술을 문의한 결과 순탄하게 수술 일정을 잡았습니다. 정상영업 중인 겁니다. 대의를 위한 집단행동에 들어간 의사들이지만 정작 소비자가 찾는 미용병원은 그대로입니다.
현재 대표적인 국내 의료 문제는 수도권 집중과 함께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 쏠림 현상이 지목됩니다. 올해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결과에서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모집 인원을 크게 상회하는 인원이 지원했습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는 정원을 채우지도 못했죠.
명분이 부족합니다. 의사 수가 충분하다, 인구 감소로 의사 수요도 감소한다, 의료비용 증가가 우려된다. 거창한 의대 정원 반대 목소리에 비해 현실은 참담합니다. 사람은 죽지만 콧대는 세웁니다. 숨쉬는 것조차 힘든 환자가 수술을 기다리고 있지만 모발은 이식합니다.
밥그릇 싸움입니다. 내 밥그릇을 빼앗기기 싫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피부과, 성형외과 정상영업이 이를 방증합니다. 밥그릇은 뺏기기 싫고 일단 밥은 먹고 싶답니다. 의대를 갈 수 없는 제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됩니다. 단순한 저 같은 국민을 설득하고 싶다면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생명을 담보로 잡고 파업하는 것은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았으니 다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의대까지 나온 전공의 선생님들이라면 보다 현명하고 교양있는 해결책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전공의 파업은 '궐기'가 아닌 '객기'입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