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지인인 30대 직장인 김아미(가명) 씨는 정신과 약을 끊은 뒤 찾아온 금단증상에 고군분투 중입니다.
2024 서울디자인리빙페어에 온 고객들이 침대 체험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상사 갑질로 시달리던 그녀는 1년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면유도제와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복용해 왔습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그녀가 잠이라도 자보자는 심정으로 손을 댔던 약물을, 이제 그만 끊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불면증만큼이나 극심한 약 부작용 때문이었습니다.
아미씨는 약을 먹은 후 입면 전까지 스스로 한 행동들을 깨고 나서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새벽에 친구에게 전화해 욕설을 하거나 뜬금 없이 과자를 꺼내먹는 폭식을 하기도 일쑤, 심지어 남편과 아이가 보는 앞에서 술 취한 사람처럼 방방 뛰며 노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미씨는 약만 먹으면 평소엔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괴이하고 과격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합니다.
아미씨가 단약을 선언하게 된 이유입니다. 이대로라면 무슨 사달이 나도 날 것 같아 다시는 정신과 약에 손을 대지 않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몇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는 건 예삿일입니다. 어쩌다 겨우 잠에 들어도 두 시간을 채 못 잡니다. 통 잠을 못 자니 두통에 안통에 치통에 만성 소화불량에 하혈까지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정신도 아득해지고 극도로 우울해져 회사일, 집안일은 고사하고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시 휴직계를 내야 했습니다. 이건 이대로 지옥입니다.
요즘 아미씨의 소원은 숙면입니다. 잠 한 번 제대로 자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합니다. 외부의 빛과 소리를 차단하는 암막 커튼도 설치해 보고, 촉감이 좋아 깊은 잠을 자게 해준다는 침구도 구매헀습니다. 천연수면제로 알려진 임윤찬의 갬성 폭발 쇼팽 녹턴을 들어봐도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절망적입니다.
필자는 최근 서울디자인리빙페어를 방문했습니다. 박람회를 찾은 이들에게 유독 반응이 좋았던 곳은 숙면을 돕는 기능을 탑재한 침대를 내놓은 부스들이었습니다. 부스는 꿀잠 자고 싶은 고객들의 잇따른 방문으로 활기가 가득했습니다. 아미씨 생각이 나더군요. 바로 연락해서 알려줬습니다. 아미씨는 전국의 불면증 환자를 대변해 그런(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침대가 나오길 고대한다고 합니다. 반신반의 하지만 기대를 놓을 수 없는 눈치입니다.
우리나라 불면증 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85만5025명에서 2022년 109만8819명으로, 5년새 24만3794명(28.5%) 증가했습니다.
아미씨는 말합니다. 고단한 현실에 상한 마음까지 보듬어 숙면에 이르게 할 기술이 개발되고, 그 기술을 활용한 침대가 나온다면, 그래서 꿀잠만 잘 수 있다면 얼마가 됐든 꼭 살 거라고요.
슬립테크다 뭐다 말이 많은데 시중에 나와있는 숙면용 침대가 아미씨처럼 수면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을지 아직은 의문입니다. 실제로 슬립테크 시장에 과학적으로 검증된 데이터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간절히 바랍니다. 슬립테크 열풍이 소문만 무성한 신기루로 사라지지 않기를, 100만 불면증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꿀잠 침대가 만들어지길, 아미씨의 잃어버린 일상이 회복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