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강남권 재건축에서도 공사비 상승, 고금리 등으로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줄다리기 끝에 시공사들이 포기하며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자 공사비 인상에 나서는 조합도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신반포27차 조합은 공사비 증액에 나섰습니다. 1차 공고 당시 공사비를 평당 908만원에 제시했지만 건설사 어느 곳도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되자 958만원으로 증액해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낸 것인데요. 한강 조망권에 역세권 입지를 갖췄지만 156가구의 나 홀로 단지로 사업성이 낮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잠원역 인근에 위치한 신반포27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서초구 잠원로8길 35764.9㎡에 용적률 293.62%를 적용해 지하 5층에서 지상 28층 2개 동 210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주택규모별 가가수는 전용 면적 기준 60㎡ 이하 182가구(임대 33가구 포함), 60㎡ 초과~85㎡ 미만 28가구입니다. 조합이 계산한 재건축 사업의 예정 가격은 1028억 7353만원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평당 공사비 760만원으로 입찰 공고를 냈지만 두 차례나 입찰이 유찰되면서 공사비를 810만원으로 인상해 재공고를 냈습니다. 잠실우성4차아파트는 1983년 9월 준공한 555가구 단지로, 지하철 9호선 삼전역과 600m 떨어져 있으며, 단지 앞에는 탄천이 있습니다.
주요 지역이라도 부동산 경기 하락, 원자잿값 인상으로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곳에는 수주 경쟁의 열기가 식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요.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선별 수주를 진행한 결과입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급격한 공사비 상승은 강남권의 판도도 바꾸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 총액은 17조5000억원 수준으로, 2022년 41조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개포주공5단지 시공사 선정에는 당초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경쟁 입찰이 예상됐으나 대우건설만 입찰 참여 확약서를 제출하면서 사실상 유찰됐습니다. 조합 측이 제시한 고사양 마감재 사용 등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포주공5단지는 1983년 준공된 940가구 단지로, 수인·분당선 개포동역 바로 앞에 위치하며, 재건축 후에는 지하 4층~지상 35층 총 14개동, 1279가구로 재탄생합니다. 조합이 제시한 예정 공사비는 약 6970억원입니다.
가락삼인맨숀 재건축 수주전도 당초 참여 의사를 밝힌 대우건설이 포기하면서 경쟁입찰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습니다. 가락삼익맨숀은 1984년 준공된 14개동, 총 936가구의 단지 아파트입니다. 3·5호선 오금역과 5호선 방이역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0층 16개동, 1531가구로 탈바꿈합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 시 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 유찰되고, 2회 유찰 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압구정·여의도 등 '흥행불패' 단지에선 경쟁 치열
반면 사업성이 확실한 곳에서는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1만466가구) 가운데 4곳(8561가구)이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섭니다. 상징성과 입지뿐 아니라 추후 다른 한강변 사업장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축전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한남4·5구역에서도 상반기 중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는데요. 한남4구역은 조합원 수가 적어 한남뉴타운 내에서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혀 수주전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남 5구역은 한강변 인접구역이 넓고 평지라는 강점이 있고요.
여의도에 위치한 단지들도 공사를 따내려는 건설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데요. 여의도 15개 재건축 단지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한양 수주전에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참전합니다. 한양아파트는 지난해 1월 서울시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용적률 600% 이하, 최고층수 56층 이하, 총 992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재건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의도의 경우 서울시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용적률을 많이 줌으로써 충분한 일반분양분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했다"면서 "상징성이 남다른 압구정 등을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은 강남권이더라도 공사비 상승에 대한 이견으로 주체 간 합의는 쉽지 않아 사업 진행이 당분간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