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투자업계 뉴스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는 내용 많이 보셨을 겁니다. ETF 시장은 지난해 말 120조원을 돌파했고, 최근에는 130조원을 넘었습니다. ETF 시장은 그동안 몇 차례의 퀀텀점프를 하면서 성장해왔지만 지난해에는 성장 폭이 훨씬 컸고, 이제는 140조원을 바라보는 시장이 됐는데요.
ETF를 만들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을 조금 들여다보면 꽤나 양극화된 시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TF 상품을 개발하고 투자자의 선택을 받는 입장은 똑같지만 운용사마다 사정이 크게 차이납니다.
예를 들면 다른 운용사가 만든 ETF 상품을 조금만 바꿔서 비슷하게 상장시키는 것은, 규모가 작은 운용사에서는 언감생심입니다. 꼭 ETF 베끼기 논란이 있어서가 아니라, 유사 ETF를 만드는 데 인력과 비용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정 테마 ETF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 다른 운용사에서도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소규모 운용사는 거기에 쏟을 돈도 시간도 없는 것이죠. 같은 상품을 내놔도 대형 운용사 ETF 브랜드보다 인지도 측면에서 밀리니 베낀 ETF를 내놔봐야 어차피 수익도 나지 않고요.
그래서 중소형 운용사들은 차별화된, 남들과 다른 ETF에 승부를 겁니다. 상품의 양으로 승부하는 것보다 우리만의 상품을 만들면 시장에서 주목 받을 것이라는 전략인데요. 어차피 찍어내기식 ETF로 경쟁할 환경이 되지 않는다면 정말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자에게 선택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입니다.
대형 운용사라고 독창적인 ETF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겠지만, 그들은 규모도 인력도 받쳐주니 우리만의 상품도 내놓고 이슈가 되는 유사 ETF도 찍어서 대량생산하는 것이고, 중소형사는 가내수공업 전략으로 가는 것이죠.
대형사의 대량생산이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도 환경이 받쳐줘야 할 수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하나하나 공들여 제대로 된 수제품을 내놓는다는 설명에 어쩐지 그 상품으로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됩니다.
최근 인터뷰를 하면서 만난 여러 운용사 관계자들 다수가 '마케팅'을 강화해 상품을 알리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는데요. 그와는 상반된 대답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지양하는 것은 남들 잘 된다고 우르르 따라가는 것입니다. 단발성 테마보다는 생명력이 긴 상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도자기를 빚는 마음으로 명작을 만들겠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