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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1일 17: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CJ CGV(079160)가 12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2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치면서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의 주름살이 깊어졌다. 미매각된 물량을 참여 증권사들이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CJ CGV가 시장에서 외면을 받으면서 채권 리스크가 증권가로 번지는 모양새다. 다만 이번 영구채의 경우 7.3%라는 파격적인 이율로 리테일에선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사진=CJ CGV)
CJ CGV 영구채 발행 물량 80% 매각 실패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8일 1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기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24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발행 물량의 약 80%가 미매각됐다. CJ CGV는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을 검토했지만 미매각으로 무산됐다.
이번 CJ CGV의 영구채 발행금리는 7.3%로 정해졌다. 오는 15일 발행 예정으로 미매각 물량은 대표 주관사인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한국투자증권,
SK증권(001510),
NH투자증권(005940), 인수사인 하이투자증권이 나눠 인수할 예정이다. 당초 발행 조건에서 NH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100억원, 나머지 대표 주관사들이 200억원을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앞서 CJ CGV 영구채 발행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이 나왔다. 높은 이율이 리테일 채권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회사의 열악한 경영 여건과 재무구조를 우려하는 시선이 나뉘었다. 게다가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해도 CJ CGV의 재무부담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123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데다 4분기 1800억원 규모 영구채 상환으로 자본규모가 줄어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도 1123%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CJ CGV, 근본적인 문제 해결해야
CJ CGV는 코로나19 이후부터 영구채 발행으로 운영자금을 수혈해왔다. 만기가 30년 이상인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될 수 있는 만큼 이미 재무구조가 악화된 CJ CGV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2800억원, 2021년 5800억원, 2022년에는 4500억원의 영구채를 찍어낸 바 있다.
이번에 발행하는 영구채 1200억원을 더하면 누적 조달금액만 2조1663억원에 달한다. 이중 1조1863억원이 채무상환에 사용됐고 운영자금으로 49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럼에도 대규모 당기순손실과 부채비율 급증은 막지 못했다. 차입금 규모도 커져 2023년 3분기말 CJ CGV의 총차입금은 연결기준 2조5147억원, 순차입금 1조8160억원이다. 부채비율 529.0%로 차입금 의존도는 67.8%다. 결국 영구채 발행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상향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근본적으로는 사업 이익 확대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업 이익도 어렵다. CJ CGV는 팬데믹으로 최대 직격타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사실 CJ CGV의 재무건전성 위기는 그 이전인 터키 시장 진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6년 CJ그룹은 2022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그레이트 CJ’ 비전에 맞춰 공격적으로 해외진출을 감행했다. CJ CGV은 당시 터키를 주목했다.
CGV 터키 매점을 이용하는 고객들 (사진=CGV)
CJ CGV는 같은 해 현지 최대 영화 체인인 마스엔터테인먼트를 800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전체 영업이익 중 터키에서 25%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터키 진출은 CJ CGV에 짐이 됐다. 2018년 이후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2016년 1리라당 400원대던 리라화는 올 3월 기준 41원까지 10분의 1수준으로 가치가 급락했다.
반면 마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메리츠증권에 지난 2021년부터 지급한 파생상품계약 정산금 3532억원은 CJ CGV 경영 정상화에 발목을 잡았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CJ CGV와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맺고 2900억원을 투자했다.
증권가로 번지는 채권 리스크
고금리에도 불구 CJ CGV에 대한 외면으로 미매각된 영구채는 발행 주관 증권사들이 떠안게 됐다. 해당 물량은 각 증권사의 영업망을 통해 법인과 프라이빗뱅킹(PB)센터 고객에 판매될 예정이다. 하지만 CJ CGV의 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이라 1200억원 규모의 채권은 참여 증권사에 한동안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실적에서 CJ CGV 전환사채 미매각에 따른 평가 손실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2년 CJ CGV의 40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의 단독 주관사였다. 그러나 구주주 청약과 일반공모 청약으로 전체 발행의 7.78%만 소화됐고 3688억원가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의 인수 비율이 62.5%였고 총 2300억원 규모의 영구 CB를 떠안았다. 이후 주가가 전환가인 2만2000원 밑으로 떨어져 2분기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별도 기준 순이익 29.8%가 감소했다.
다만 이번 경우는 주가가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전환사채가 아닌 영구채인 점과 최근 금리 안정화에 따른 채권 평가 손익에서의 안정성이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CJ CGV의 사업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리스크 전염 또한 피할 길이 없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7%대의 높은 금리이니 만큼 리테일에선 충분한 투자 수요를 이룰 수 있다"라며 "최근 채권 금리 안정화가 이뤄졌고 이자 수익을 바라는 입장에서라면 영구채는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CGV의 경우 작년부터 자금 조달을 진행해와 업계에선 의견이 갈리곤 했다"라며 "이번 채권 발행에서 여러 증권사들이 나누어 발행을 진행한 이유도 CJ CGV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 때문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근본적인 CJ CGV의 사업성 회복이 이전까지는 자본시장에서의 고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