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쇼박스(086980)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영화 ‘파묘’를 등에 업고 집 나갔던 ‘흥행’이 돌아온 덕입니다. 쇼박스는 올해 초 개봉한 ‘시민덕희’가 선전한 데 이어 ‘파묘’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극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묘’의 뒤를 이을 영화 라인업이 빈약해 쇼박스의 웃음이 길게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파묘 등에 업은 쇼박스 ‘승승장구’
12일까지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에서 ‘파묘’ 누적 관객 수는 829만명 입니다. 개봉 예정작까지 포함한 사전 예매율에서도 ‘파묘’는 전체 1위(34.8%) 입니다. 이 같은 추세라면 1000만 관객 달성도 충분히 가시권입니다.
‘파묘’ 돌풍은 영화 투자 배급을 맡은 쇼박스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해 1월 2일 3485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지난 달 22일 ‘파묘’ 개봉 후 하루 만에 4.63%가 올랐습니다. 관객이 극장에 몰리는 주말을 보내고 난 뒤 26일에는 404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파묘’ 입소문이 절정에 달했던 28일엔 전날 대비 12.33%가 치솟은 442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쇼박스는 ‘파묘’ 한 편으로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파묘’는 개봉 3주 만에 829만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 이 수치만으로도 쇼박스는 작년 흥행 성적을 넘어섰습니다. 작년 쇼박스 이름으로 시장에 선보인 작품은 국내 배급만 담당한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557만)을 포함해 한국영화 ‘비공식작전’(105만)과 ‘3일의 휴가’(52만) 등 총 세 편 뿐입니다. 세 작품 총 관객 수는 714만명으로, 올해는 단 두 달 만에 작년 1년 성적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영화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투자 배급사는 전체 제작비의 20~30% 정도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부분 투자 형식으로 조달을 한다”면서 “하지만 ‘파묘’에서 쇼박스는 이 비율이 30% 이상으로 알려져 있고, 투자 배급만이 아닌 공동 제작사로 이름까지 올려 수익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파묘’ 최종 관객수를 1000만명으로만 가정하면 극장 매출 수익만 대략 1000억원대에 달합니다. 이 돈에서 부가가치세(10%)와 영화발전기금(3%)를 제외한 금액은 다시 극장과 투자 배급사가 ‘부율’에 따라 5대 5로 나누고 투자 배급사는 배급 대행수수료와 제작비를 제외한 금액에서 제작사 및 공동투자사와 정산을 하게 됩니다. 쇼박스는 ‘파묘’의 메인 투자와 배급 그리고 공동제작까지 겸하고 있어서 상당한 수익이 예상됩니다. 업계의 예상치로만 200억원 가까운 돈을 손에 쥐게 됩니다.
국내 한 투자 배급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 배급사 관계자 가운데 ‘파묘’ 시나리오를 안 본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면서 “분명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그 리스크를 기회로 판단한 건 쇼박스의 안목이다”고 말했습니다.
모처럼 기사회생했지만
쇼박스는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암살’ ‘택시운전사’ 등 등 1000만 영화 5편을 보유한 투자 배급사입니다. 국내 4대 투자 배급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직 계열화’ ‘자사 영화 밀어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웠고, 성수기-비수기 흥행 타율도 가장 좋았습니다. 하지만 2017년부터 투자 배급 편수가 줄고 모그룹 악재(담철곤 오리온 회장 검찰 수사)까지 겹치며 시장 장악력이 급격하게 위축됐습니다. 그래서 한국 영화 투자 배급을 줄이기 시작했을까요. 주가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쇼박스 주가는 신저가를 기록할 정도로 침체일로였습니다. 한때 포털사이트 종목 게시판에서도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작년 쇼박스 영업손실은 283억원대로 전년 대비 무려 785.8% 증가했습니다. 작년 쇼박스가 투자 배급한 한국 영화는 ‘비공식작전’과 ‘3일의 휴가’로 두 편 합계 총 관객 수는 157만명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시민덕희’가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파묘’ 돌풍이 이어지면서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쇼박스 투자 배급 역대 1000만 돌파 한국영화.
하지만 이런 상승세를 이어갈 총알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쇼박스의 올해 라인업이 너무 빈약합니다. ‘파묘’ 이후 라인업은 유해진 이제훈 주연 ‘모럴해저드’와 박신양 이민기 주연 ‘사흘’뿐입니다. 모처럼 맞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라인업으로는 너무 아쉽습니다.
‘파묘’를 통한 극장업의 활성화가 다른 영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한화 약 25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할리우드 대작 ‘듄: 파트2’가 사전 예매율 2위를 기록하며 외화 부문 1위를 달리지만 개봉 3주 차임에도 누적 관객수 134만명에 불과하고, ‘오스카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가여운 것들’과 ‘패스트 라이브즈’는 10만 관객에도 미치지 못하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파묘’가 살린 좋은 분위기로 투자 시장이 풀리면서 제작 환경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며 “‘파묘’의 흥행이 국내 영화 투자 활성화로 이어져야 진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