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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기로의 이지스자산운용)②해외부동산 펀드, 시한폭탄 '째깍째깍'
독일 빌딩 투자 펀드, 간신히 수명 연장
입력 : 2024-03-15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17: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금융의 선두주자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오너 일가를 비롯한 핵심 주주의 지분 매각설이 시장을 달구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조성한 미국·유럽 상업 부동산 투자 펀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됐다. 이 와중에 국내 사업부문에서도 잇따른 인력 이탈과 소송 등으로 내부마저도 시끄럽다. 기로에 선 이지스자산운용의 현황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해외부동산 위기를 맞은 이지스자산운용이 버티기에 돌입했다. 앞서 이지스가 투자를 진행한 부동산 펀드는 작년 하반기부터 수익률이 급격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주력 사업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이지스자산운용은 회사채 발행 등 리파이낸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라이논 빌딩 전경 (사진=이지스자산운용)
 
손실률 82.4%, 대출유보로 수명 연장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는 지난 2월 말 독일 현지 대주단과 대출 유보계약(스탠드 스틸)을 3개월 연장했다. 대출 유보계약이란 대출금과 같은 제반 계약 사항을 현재 상태로 유보해 펀드 운용사가 시간을 벌 수 있는 조치다. 이번 계약을 통해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30일에 만기를 2월28일까지 연장한 데 이어 또다시 만기일을 오는 5월31일까지 늦췄다.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는 지난 201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트리아논(Trianon)' 빌딩 투자를 위해 조성한 펀드다. 당시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를 위해 펀드 자금 약 3700억원을 모집했고, 현지 대출을 통해 5000억원을 조달했다.
 
펀드 조성 당시 독일 데카방크가 전체 56%, 독일 중앙은행 도이치분데스방크가 34%를 임대하고 있어 꾸준한 임대료 상승과 배당 수익이 기대돼 2018년 10월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까지만 해도 수익을 내던 해당 펀드는 데카방크의 사무실 이전에 따른 공실률 상승 우려와 빌딩 가치 하락 등으로 최근 1년 수익률이 -82.4%를 찍었다. 대출 등을 통해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레버리지 구조라 건물 가격 하락에 비해 손실률이 컸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부동산 자문업체 JLL가 내놓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상업 부동산 시설 조사에서 사무실 수요는 지난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공실률은 코로나19 봉쇄 기간이 포함된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8.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부동산 펀드, 시한폭탄 될까
 
앞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는 펀드 조성 당시 대출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대두됐었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이 채권단과 스탠드스틸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출 상환이 유예,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펀드 만기도 한차례 연장해 2023년 10월에서 2025년 10월로 늘어났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두 번째 스탠드스틸 체결을 통해 확보된 기간 동안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넘기는 동시에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건물을 매각하거나 리파이낸싱 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독일 트라이논 투자 이외에도 이지스자산운용이 투자를 진행한 해외부동산 펀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되고 있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의 운용자산 포트폴리오 정보에 따르면 운용자산 65조8000억원 중 26.3%가 해외 부동산 투자로 이뤄졌고, 대다수는 유럽과 미주지역의 상업 부동산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유럽지역 중 프랑스 2곳, 스페인 3곳, 독일 2곳 등 총 13곳의 상업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시설 별 자산을 살펴보면 물류창고 4개와 오피스 9곳에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주지역에선 총 35곳의 상업부동산에 투자했고, 이 중 30곳은 미국 동부지역으로 주로 뉴욕 인근 오피스 빌딩이다. 
 
이들 부동산이 있는 지역은 대부분 코로나 펜데믹 이후 오피스 공실률 문제가 대두된 곳이다. 실제 이지스자산운용의 해외부동산 펀드는 지난 1년간 손실률이 두자릿수가 넘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 오피스 투자 펀드인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04호의 경우 지난 12개월간 수익률이 -17.13%를 기록했다. 불과 6개월전만 해도 -0.3%로 비교적 선방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수익률 저하를 보였다.
 
영국과 프랑스의 아마존 물류창고에 투자하는 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투자신탁281호도 지난 12개월 수익이 -20.08%다. 이 펀드 또한 지난해 1분기까지 손실률이 -0.2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손실이 급격히 커졌다. 
 
수익성 악화, 자본조달 '안간힘'
 
한국신용평가가 발행한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이지스자산운용은 영업수익에서 171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 평가 및 처분 손실을 비롯한 영업비용은 1252억원으로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까지 이지스자산운용은 영업이익 4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794억원 대비 74.2%가량 감소한 수치다. 다만 부동산 해외 부동산 투자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2019년과 2020년 기록한 305억원, 392억원 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수익성 악화에 따라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본조달에 나섰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 2월 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300억원 규모 모집에 두배가 넘는 660억원의 매수 주문을 기록했다. 해외부동산 손실에도 불구하고 발행 규모는 기존 3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증액키로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존 차입금 상환에 활용해 재무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공모채 만기는 1.5년으로 발행 예정일은 이달 16일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유럽 오피스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당사는 대주단과 함께 자산 안정화와 매각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라며 "수익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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