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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은 일하고 싶지만…비자가 발목
지방 중기 구인난 해결책으로 외국인 유학생 급부상
입력 : 2024-03-20 오후 4:44:01
[뉴스토마토 조성은 기자] 지방 중소기업 구인난의 해결책 중 하나로 언급되는 외국인 유학생 채용이 엄격한 '비자 제도'에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법무부가 비자제도 요건을 일부 완화했음에도 소급적용은 어려운 만큼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14일 열린 테크토파크 간담회에 참석해 TP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IBK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제조 중소기업 258개사 중 65%가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빠른 비수도권의 경우 70%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중 비수도권 제조 중소기업은 50% 이상이 외국인을 활용해 인력난에 대응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지방 중소기업은 이미 내국민만으로는 부족한 인력을 메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기 "외국인 유학생, 비자는 물론 귀화 허들 낮춰야"
 
이 때문에 중소기업 분야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나서서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중소기업 취업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려면 관련부처간 적극적인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지난 14일 중기부 주최로 열린 테크노파크(TP) 간담회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해 지방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는데요. 
 
하인성 경북TP 원장은 "한국 청년들이 지방 중소기업 취업을 꺼려하는 상황에서 개발도상국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지방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외국인 유학생들은 비자 문제로 인해 한국에 머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우영 대전TP 원장도 "대전에서도 취업하고 싶어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있지만 비자 문제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학생들과 지역 중소기업을 연계시키려면 비자 문제 해결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2023년 전북대 윤명숙 교수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에서 유치한 외국인 유학생 중 졸업 후 본국으로 귀국한 학생이 29%로 가장 많았고 국내에 취업한 경우는 전체의 8%에 불과했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이 55.5%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조한 수치입니다. 연구팀은 유학생들의 졸업 후 국내 취업 의사가 높음에도 실제 취업률이 저조한 이유를 유학생의 비자활동이 제한되고 취업정보가 부족한 데에서 찾았습니다. 연구팀은 또 "지역에 소재한 중소제조업에서 외국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기업들이 정보나 채널 부족 문제로 인해 체계적으로 유학생 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워하고 있다"고도 짚었습니다. 
 
특히 유학생의 취업 비자 해결은 물론 귀화를 원하는 유학생의 경우 귀화 허들을 낮춰 국내 인력으로 정착하게끔 도와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입니다. 하인성 원장은 TP 간담회 자리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내국민 신분이 돼 지방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유학생들의 귀화를 제도적으로 도와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는데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정기간만 일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결국 그 빈자리를 또 다른 근로자로 대체해야 하는데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외국인의 귀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패스트트랙 생겼지만…시간·대상 한계
 
정부 부처들도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힘쓰고는 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해 1월 국내에서 공부한 이공계 석박사급 외국인 인력이 한국에 정주할 수 있도록 그들의 신속한 영주권·국적 취득을 지원하는 '우수 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을 도입했습니다. 과거 6년 이상 소요되던 영주권·국적 취득 절차를 3년으로 간소화한 것이 제도의 골자입니다. 다만 당장 한시가 급한 현장이 만족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입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시행 후 3년 뒤에 신청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아직까지 패스트트랙으로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패스스트랙은 과학기술 인재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기 인력 보충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보다 폭넓은 인재 유치를 위해, 중기부와 교육부 등 관계부처들은 패스스트랙에 더해 뿌리산업 해외인력 양성·취업 연계, 조선업 취업박람회를 통한 이공계 외국인 유학생 취업 확대 유도 등 지역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제도를 준비 중인데요.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취업·정주를 지원하기 위한 규제 혁신을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거점대학에서 석박사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정주해 그 지역의 특성화된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로 취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사회 융화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외국인 유학생을 중기 현장에 유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별·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꼭 필요한 인력이라는 판단 하에, 비자 요건을 완화하는 부분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밖에도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사회 내 융화 문제에 대해 아울러 짚었는데요. 노 연구위원은 "이들 인력이 불법 체류로 빠지지 않고 중소기업 현장에 잘 스며들어야 결국 중소기업 현장에도 도움이 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 사업주와 외국인 근로자 간의 분쟁이나 갈등 발생 시 조정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성은 기자 secho@etomato.com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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