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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업황 악화에도 몸집 불리기
자기자본 상위 10곳 중 9개사 자본확충
입력 : 2024-03-20 오후 3:39:09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지난해 증권업계가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속에서도 자기자본을 확충했습니다. 순위 변동은 있었지만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대부분이 몸집을 키웠습니다. 자본 규모에 따라 사업 범위도 확대되지만 무리한 확장은 재무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중 9곳은 2022년보다 자기자본을 늘렸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전년 대비 3.8% 증가한 9조4391억원으로 1위 자리를 지켰고, 2위는 25.3% 늘린 한국투자증권(8조2118억원)이 차지, NH증권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습니다. 2022년 2위였던 NH투자증권은 순위에서 밀렸으나 자기자본을 3.7% 늘린 7조1066억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삼성증권은 6% 늘어난 6조3377억원으로 4위입니다.
 
지난해 적자전환한 하나증권은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자기자본 규모가 감소했습니다.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5조7525억원으로, 자기자본 순위에서 KB증권에 한 단계 밀렸습니다. KB증권은 5.9% 증가한 6조1572억원으로 5위로 올라섰습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메리츠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도 모두 자기자본을 늘렸습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사업 확장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자기자본에 따라 사업 영역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3조원 이상일 경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4조원부터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자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종투사 선정 시에는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200%까지 늘릴 수 있고, 초대형IB 인가를 취득하면 자기자본의 2배 이내에서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일 경우에는 종합금융계좌(IMA) 사업이 가능합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자기자본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질적 현금 유입이 없는 상태에서의 자본 확충은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기자본 증가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대신증권은 작년 10월 자회사 5곳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이 중 대부분을 다시 해당 자회사에 출자했습니다. 자회사 5곳 중 대신에프앤아이에는 배당금의 대부분을 출자했고, 대신저축은행·대신자산운용·대신자산신탁·대신프라이빗에쿼티 4곳에는 배당금을 그대로 출자했습니다. 실질적 자금 이동은 없었지만 이를 통해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배당금 유입액 만큼 늘었습니다. 종투사 신청을 준비 중인 대신증권이 자기자본 확대 효과를 누린 것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계열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3조4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계열사는 지분 매각대금을 배당금, 유상증자 형태로 한국투자증권에 다시 넘겼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열사 간 주식매매를 통해 자본금을 8조원대로 확대했습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자기자본 증가를 통해 사업영역이 확대되는 것은 양날의 검인데, 종투사나 초대형IB, IMA 사업자 자격을 획득하면 영업규모가 크게 증가할 수 있지만 영업확대는 또 다른 관점에서 위험투자와 차입금 증가를 의미한다"라며 "실질적 자본확충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투자, 차입금이 대폭 증가하면 종합적인 재무안정성은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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