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김한결 기자) "금융사가 먼저 와서 기업을 불러들이는 게 아니라 기업과 산업이 먼저 발전하고 금융 서비스가 따라올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국에 투자를 더 했을 때 금융사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김태구 KDB산업은행 태국 방콕 사무소장이 3월 18일 <뉴스토마토> 특별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지난 18일 KDB산업은행 태국 방콕 사무소에서 김태구 소장을 만났습니다. 태국에 진출한 4개 금융사 중 하나인 산업은행은 태국 산업, 금융 등 주요 이슈들을 파악하는 척후병 역할을 하는 중입니다.
산업은행이 태국에 사무소를 처음 만든 시기는 1992년입니다. 당시 지점 인가까지 받았지만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1998년 태국에서 철수했습니다. 이후 2013년 다시 사무소 형태로 문을 열었고 10년이 지났는데요. 사실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김 소장은 "태국은 한국 금융의 불모지 같은 상황이라서 산업은행이 경제 교류나 향후 태국 시장에 대한 진출 부분을 계속 지켜보고, 보고하고, 이슈를 팔로우업 한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9~2010년 태국 시암시티은행 인수를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리테일 시장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한국과 태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 있는 산업은행 점포와 기업을 연결해 주기도 하고, 상공회의소, 중앙은행, 대사관 등과 상호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해 태국 금융시장에 대한 정보를 한국에 전달합니다.
김 소장은 1년 정도 태국에서 근무 중인데요. 이 기간 한국 기업의 투자 대출 연결 외에도 네트워킹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지난해 5월쯤 태국 중앙은행이 한국에 출장을 가면서 한국 신용정보와 관련된 정보 자문을 구했다"며 "나이스, KCB(코리아크레딧뷰로) 등 민간 신용평가사들과 미팅을 주선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태국은 신용평가 정보 회사가 하나밖에 없어서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부분에 대해서 배우려고 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국과 태국 간 물밑 교류는 이미 진행 중인데요. 지난해 6월 해외금융협력협의회(해금협)는 방콕에서 금융협력포럼을 열기도 했습니다. 한국 금융위원회와 태국 중앙은행이 공동 주최한 포럼에서 한·태국 금융 시장·은행 산업 발전 향, 금융 혁신·경쟁 촉진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김 소장은 "김정각 금융위 증권선물위원, 세타풋 수타왓나르풋 태국 중앙은행 총재와 한·태국 금융기관들이 많이 참석해 직접 보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며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를 만들자는 내용이 오갔고 향후에도 교류의 장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지난 2월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방콕을 찾았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태국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한국의 인터넷 전문은행 관련 추진 경험과 성과를 설명하고 "태국 가상은행 인가시 한국 금융회사가 참여한다면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이 태국 금융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세안 국가 중 발전된 인프라와 산업 역량을 가진 점도 우리 금융사의 태국 진출에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김 소장은 "태국은 자동차 생산 세계 10위 국가로서 자동차 부품 자급률이 80%"라며 "파타야는 불야성의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뒤쪽은 모두 산업단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정치적으로도 국왕 휘하로 안정 국가이고 금융 체계도 잘 갖춰져 있어서 우리나라 금융사, 기업에 충분히 기회가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방콕=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