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7월 방송스태프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 피해사례를 조사해 작년 10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었는데요. 현재 9개월이 지났지만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여전히 '검토중'이란 답변을 내놨는데요. 그러는 사이 드라마 제작 환경은 악화되고, 스태프 처우는 더욱 열악해졌다는 업계의 목소리입니다. 드라마 제작 편수가 급감하면서 임금 체불 문제까지 드러난 실정입니다.
가이드라인 9개월째 감감무소식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7월 방송스태프 처우 개선과 낡은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당하고 합리적인 방송스태프 근로시간 기준 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작년 10월까지 마련하겠다고 했었는데요. 하지만 9개월이 흘렸지만 여전히 가이드라인은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방송프로그램 결방 피해 실태와 쟁점', 올해 3월 '방송 제작인력 노동시간 진단과 시사점' 이슈 리포트를 발간했다"며 "이를 통해 추가적인 이슈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실태 조사만 진행된 상태로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요. 그러는 사이 방송스태프의 촬영을 위한 이동·대기 소요 시간은 여전히 현장에서 근로시간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방 기간·미방영 임금 미지급 등 관행도 여전합니다.
콘텐츠진흥원이 올해 3월 발표한 '2023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제작인력의 실질 노동시간은 주 평균 54.2시간으로 집계됐습니다. 연속으로 일을 한 최대 노동시간은 17시간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으로 인정 받지 못한 비율이 높게 나타난 시간은 교육시간, 출장 이동시간, 대기시간, 휴일 근로시간입니다.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는 "문체부가 개선을 하겠다고 하고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개선이 된 부분이 거의 없다"며 "이와 관련해 계속해서 문체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개선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세종시 청사 전경.(사진=뉴시스)
안정적 임금 약속했지만 오히려 임금체불 증가
특히 문체부는 제작된 프로그램이 방송사 사정으로 방영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임금을 지급받도록 표준계약서를 개선하겠다고 했었는데요.
하지만 방송스태프가 정당한 보수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가 최근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 시장이 어려워지자 방송스태프지부에 접수된 임금체불 관련 문의가 급격히 증가한 건데요.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대략 3배 가까이 임금체불 문의가 늘었다"며 "6개월 촬영을 한다면 3개월 정도는 매 달 지급하고 나머지 3개월치는 편성이 된 뒤 지급하는 식으로 계약을 하고는 남은 3개월치를 주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드라마 제작 시장이 위축돼 제작 편수가 줄어들면서 방송스태프의 일자리도 줄었습니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나왔는데요.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는 "제작 편수가 줄어들다 보니 문제제기를 하면 방송사나 제작사에서 '너 말고 찍을 사람 많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방송스태프에게 더욱 불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문체부 방송스태프 처우 개선 의지 필요
방송 제작 업계와 달리 영화계는 스태프의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최근 제작 환경이 많이 변했는데요.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는 "영화 노조는 만들어진 지 10년이 넘었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많이 받는 영화계 특성상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노사정 협의를 통해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방송 제작 환경 특성상 방송스태프는 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환경인데요.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는 "단기 프로젝트로 고용이 됐다 흩어지기 때문에 또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지속적으로 한 현장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드라마 시장의 경우 정부 지원 자체가 영화계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업계에서도 이런 상황 때문에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의 성공 이면에 현장에서 고생하는 스태프의 노고를 인정하고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