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권영세(왼쪽) 국민의힘 후보와 강태웅 민주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건물에 후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유지웅 수습기자] 서울 용산은 대통령실 이전 후 '신정치 1번지'로 부상했습니다. 이곳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와 강태웅 민주당 후보가 4년 전에 이어 또다시 맞붙습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인 권 후보는 검사 출신으로 4선 의원을 지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엔 통일부 장관까지 역임한 여당의 대표적 중진입니다. 이에 맞서는 강 후보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낸 '행정 전문가'입니다.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이와 함께 '용산 토박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용산은 17대(2004년) 총선에서 진영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승리한 이후 19대까지 내리 3선을 한 지역입니다. 때문에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다만 지난 2010년 이후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당선되고, 20대(2016년) 총선 당시엔 당적을 민주당으로 옮긴 진영 의원이 승리하면서 부동층 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21대(2020년) 총선에선 서울 49곳 지역구 중 가장 적은 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됐는데요. 당시 결과는 권영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의 단 890표 차 승리였습니다. 지난 총선 때 용산은 서울 49곳 지역구 국민의힘이 강남 3구 외 유일하게 승리한 곳이었습니다.
"시끄러워 불만 많아"…"밥장사는 좀 되니까"
현장에서 직접 들어본 민심은 '이재명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으로 갈렸습니다. 두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아닌 상대 후보, 상대 당이 잘못한 것을 '반드시 심판해야겠다'는 분노가 강했습니다. 권 후보의 경우, 인물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지지하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24일 용산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대통령실이 바로 근처에 있는 용산 이태원로였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된 데 대한 평가가 엇갈렸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대통령실 근처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70대 남성 김모씨는 "이번 정권이 하는 일 좀 보라"며 "아주 엉망"이라고 혹평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실 이전에 대해 "기존에 청와대도 있는데 세금 들여서 왜 옮긴 거냐"며 "이번 기회에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근처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60대 남성도 "용산이 고향인데 매일 여기에 사람들이 와서 데모하고 해서 시끄럽다"며 "장사하는 사람은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거주하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야당을 찍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식당을 운영 중인 60대 여성 이모씨는 "지지할 당과 후보는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해서 밥장사는 좀 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24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재명의 민주당 찍을 수 없어"…"정권심판 위해 민주당 찍어야"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토 심리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삼각지역 근처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잘한다"며 "정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권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60대 남성은 "이종섭 (주호주) 대사 논란이나 김건희 여사 건도 정부가 명백히 잘못했다고 본다"면서도 "'범죄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찍을 순 없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60대 여성도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이재명 때문"이라며 "꼴도 보기 싫다"고 비판했습니다.
대단지 아파트들이 모여있는 효창공원역 근처에서 만난 70대 남성 장모씨는 "나라가 좌빨(좌편향)들로 인해서 풍전등화인데, 이재명이나 조국 같은 놈들을 찍어서 어떻게 하느냐"며 "나라 걱정을 해야지, 국민의힘을 뽑겠다"고 밝혔습니다. 역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20대 여성은 "투표는 시민의 의무라 생각해 투표할 예정이지만, 당과 후보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며 "찾아보고 투표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표가 강 후보 지원을 위해 방문했었던 용산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용문시장도 찾았습니다. 한 50대 남성 이모씨는 "용산이면 권영세다. 권 후보를 지지하고 국민의힘도 좋아한다"며 권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장을 보고 있었던 한 30대 여성은 "투표는 하겠지만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정권 심판을 위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주민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는 20대 여성 홍모씨는 "이번에 정권을 심판하고 견제할 필요가 있으니 민주당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이모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따로 없다"면서도 "현재 정권은 정말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할지 못 정했지만, 결국 민주당 아니겠느냐"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유지웅 수습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