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금융권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부수·겸영업무 규제 개선 등 금융제도 개혁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예금·대출 같은 은행 고유업무 외 별도의 인허가나 등록이 필요한 금융·비금융 업무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미입니다.
금융당국 수장이 은행권에 부수·겸영업무 확대를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다만 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은행권 고난도상품 판매에 대한 제도 개선을 예고하면서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가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은행권이 고금리와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해 곳간을 열어 2조원에 상생금융을 성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당국도 금융권의 융합사업이 가능한 혁신금융 가속화를 추진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권 규제 과감히 개선"
김 위원장은 이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등 5대 시중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과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는 7월 초 발표되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 과제 이행 상황 등 은행권 혁신 추진현황을 공유하고, 최근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은행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전통적인 본업에 한정되지 않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기업 경영여건이 유례없이 급변하고 있다"며 "은행들도 디지털 전환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신재생발전에너지 시설 증설을 위한 9조원 규모의 '미래에너지펀드' 출자, 벤처펀드 출자한도 두 배 상향 등 주택담보대출 위주 자산운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운영해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촉진'을 목표로 금리 관련 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은행 경영현황 보고서를 공개하는 한편,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도 출시했다"며 "신규 진입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인터넷뱅크 신규 인가 등의 정책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도 은행산업의 변화에 대한 국민의 갈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때까지 경쟁촉진을 통한 '변화와 혁신' 유도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은행권이 작년에 자체적으로 마련한 2조1000억원 규모 민생금융지원프로그램과 관련해 지난 2월부터 개인사업자 대상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이자환급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집행해 준 데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어 남은 6000억원 규모의 지원사업도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신속하게 집행해달라는 의사를 은행권에 전달했습니다.
"은행 경쟁촉진 정책 지속"
이날 배석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신탁, 자문업과 같은 기존 자산관리 관련 제도를 국민의 자산형성에 유익한 방향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은행은 종합적인 금융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어떤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민관이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오는 7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설계를 당부했습니다. 그는 "책무구조도가 은행 내부통제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며 "이번 홍콩 ELS 사태 상황을 가정해 '책무구조도'가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실효성 있는 책무구조도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금융회사가 스스로 각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사전에 정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오는 7월3일 금융당국은 개정된 '금융사지배구조법'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조 회장은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은행권은 앞으로 새로운 제도 도입 시 '소비자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히 살피고, 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부통제제도 개선사항이 은행 조직 전체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그동안 '지속적인 금융사고'와 '감동없는 수익창출'로 국민들의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크게 저하돼 왔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들어 은행은 상생실천 노력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점차 회복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여러분들과 금융당국이 힘을 모아 우리 국민과 은행 임직원 모두 우리나라 은행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함께 은행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제안한 정책과제들을 향후 업계 및 민간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나갈 계획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은행연합회장, 지주계열 은행장 및 광주은행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