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를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4·10 총선 참패로 윤석열 대통령은 향후 국정 장악력에 치명타를 입게 됐습니다. 특히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에 갇힌 최초 대통령이라는 오명은 물론 남은 3년간 거대 야당의 압박을 견뎌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전면 쇄신이냐, 마이웨이냐'의 갈림길에 선 윤 대통령이 최대 위기를 맞은 셈입니다.
한덕수·이관섭 등 사의 표명…'고강도 인적쇄신' 불가피
윤 대통령은 11일 여당의 총선 참패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했습니다.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의 첫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해 "대통령은 선거 시작 전부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동안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며 "총선의 결과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에 나서는 등 국정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경제와 민생 안정을 최선을 다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야당과 긴밀한 협조 소통에 나서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하시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무회의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정부는 총선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 총리를 비롯해 대통령실 참모진인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포함한 수석 비서관급 인사들은 이날 모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다만 국가안보실 등 외교안보 담당 인사들은 사의를 표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선거 결과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국민의 뜻을 받들자면 국정을 쇄신해야 하는데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총선 결과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야당과 소통에 나서는 국정 기조의 변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한 총리를 포함한 대통령실 참모진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며 인적 쇄신의 계기도 마련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총선 이후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여당의 총선 참패로 윤 대통령은 지난 2년보다 더 강력해진 여소야대 국회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야 관계' 변화 분수령…기로 선 '윤 대통령'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지형에 놓였던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민주화 이후 윤 대통령을 포함한 8명 중 5명이 여소야대로 임기를 시작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임기 중 총선에서 승리하며 국회 구도가 여대야소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16대(2000년) 총선에서 야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패배해 과반 의석 획득은 물론, 1당도 되지 못했지만 의원 영입 등을 통해 여대야소 구도로 전환했습니다.
현재로선 윤 대통령의 국정동력 약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대통령 중심제이지만, 국회가 가진 권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각종 정책을 뒷받침할 법안 재·개정은 물론, 정상적인 공약 이행과 국정과제 추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결국은 윤 대통령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입니다. 남은 임기를 지난 2년과 같은 여야 대립 상황으로 보낼 것인지, 협치를 통해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를 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날 윤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야당과의 협치와 인적 쇄신에 나설 계기는 마련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여전히 윤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와 방향성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의 평소 성정을 보면 마이웨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번 총선 민심마저 외면할 경우,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퇴임 후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