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로또 청약'입니다. 적정한 가격과 원하는 곳에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거의 없고, 당첨자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실망하는 데다 공급 정책 실패를 방증하는 말 같아선 데요. 또 실수요보다 차익을 남겨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분양가상한제로 주변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해 발생하는 차익을 운이 좋다는 이유로 한 명이 모두 갖는 건 바람직한 걸까란 의문이 듭니다. 한편으론 자유시장 체제에서 제도에서 파생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를 막는 건 또 타당한 것 같지 않고요.
청약제도의 본질적인 취지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건데 무순위 청약의 경우 과연 그 본질적인 목적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 듭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어 겉만 보면 공평해 보여요. 그러나 2월 기준 서울의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3787만4000원으로 소위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30평대에 입주하려면 최소 11억원을 들고 있어야 해요. 10억, 20억의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무주택 서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청년층 등 특정 계층을 위한 청약 가점제도 가능성이 좀더 높아졌다뿐이지 로또인 것은 매한가지고요.
특히 서울 지역의 당첨 커트라인은 매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요. 모든 경쟁자가 나와 동일한 조건에서 청약 가점을 쌓고 있는 상황에서 '꾸준히'라는 말도 크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최근에는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가 치솟고 있죠. 원래 청약제도는 기존 주택 가격 상승으로 과거 분양 당시 낮게 책정된 신규 주택 분양가와 차액을 노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제도 필요성 자체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청약제도가 목적과 취지에 맞게 일관성이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공급 원칙이 정치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면서 2000년 이후 개정된 횟수는 129회입니다. 물론 인구 등 시장 상황이 변해서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았죠. 실무자들도 헷갈리는데 복잡해진 청약제도를 이해하고 책임지는 건 오롯이 국민 몫입니다. 극심한 경쟁률을 뚫었지만 매년 부적격 당첨자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청약 제도는 결국 공급 정책의 일환이기에 '로또'가 아니라 다수가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본질적인 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