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바보 황희'
총선을 앞두고 집 주변에 이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걸리자 아들이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재선 의원으로 삼선에 도전했던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의 캐치프레이즈는 '양천바보' 였어요.
아들은 '이 사람 바보래. 진짜겠지? 할머니 같은 사람들이 이 사람 진짜 바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 사람들이 뽑아줄까' 라는 어린 아이다운 순수한 질문을 했어요.
선거개표방송을 보는데도 아들은 저와 달랐어요.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저 사람은 누구냐'부터 '뉴스에 저 사람은 이 결과를 어떻게 알고 저렇게 말하는 것이냐', '무슨 팀이 이기고 있냐', '이기면 어떻게 되는거냐' 등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11일 부산시의 한 도로변에서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벽보를 철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했습니다. 사실 신기했어요. 정치와 삶에 무관심했던 저의 어릴 적과 사뭇 달라서요. 어렸을 때만 해도요, 어른들이 왜 그렇게 선거 관련 뉴스를 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선거날에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선거일 개표 방송을 지켜보는 부모님과 총선 결과에 관심을 갖는 선생님들이 참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제 눈에 국회의원들은 다 그렇고 그런 넥타이 맨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로 보였거든요. 하는 말도 다 비슷비슷해 보였어요.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 관심이 많아지는 건가 봅니다. 정치인 아무개는 무슨 지역구에서 어떠한 정책을 펼치고, 또 누구는 어떠한 테러의 주인공이었으며, 누구누구는 이런 일로 구설에 오른 바 있고, 누군가는 산자위 의원으로 이러저러한 질문을 한 사람이었고…
별다른 노력 없이 얻고 주워들었던 정치 정보와 뉴스는 정치와 사회에 무지했던 꼬마를 선거 결과에 흥미를 가지며 지켜보고 때로는 어줍잖은 논평을 늘어놓는 '아재어른'으로 만들었습니다. 10년 넘게 사회생활하는 사람으로서 그간 보고 듣고 느껴온 수많은 뉴스와 정보들이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이겠죠.
투표권을 행사한 지 20여 년 된 것 같은데요. 그 세월은 정치와 사람, 조직이 어떻게 나와 가족, 그리고 공동체의 삶을 바꿔놓는지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총선을 겪으면서 새삼 어른이 되었음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