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4·10총선이 끝나자 정부가 이번 하반기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철강 등 높은 전력이 필요한 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업계에선 올해 1·2분기 전기료 동결로 인해 밀린 '폭탄 인상'을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2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1분기와 같은 킬로와트시(㎾h)당 5원(현행 연료비 연동제 허용 최대치)으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연료비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료에 탄력적으로 적용합니다. 보통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한전은 현재 최대치인 5원으로 해왔습니다.
그러나 한전의 적자 부담에 오는 하반기에는 전기료가 인상 기조로 돌아설 전망입니다. 한전이 지난 2021년부터 43조1000억원 영업손실액이 누적됐으며 200조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전은 지난 4분기 대기업만 한정해 산업용 전기료(산업용 '을')를 kWh당 10.6원 올렸으나, 높은 손실액을 충당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에서는 한전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올해 하반기 물가 상황 등을 따져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을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적절한 시기가 되면 국민 부담, 환율, 국제 에너지 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별로 요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반도체와 철강과 같은 전력 소비가 높은 업종에 직격탄인 만큼 급격한 상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산업용 전기로가 계속해서 오르면 제품 원가가 점차 상승해서입니다.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여섯 차례 인상됐습니다. 전기료는 지난 2022년 4월(6.9원), 7월(5원), 10월(16.6원) 세차례 인상돼 ㎾h 당 최대 28.5원 올랐습니다. 이어 작년 1월, 5월 ㎾h 당 각각 13.1원, 8원이 인상됐습니다. 작년 4분기 인상분(10.6원)까지 하면 ㎾h당 총 60.2원이 올랐습니다.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기료,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반도체·철강, 전기료 납부액 증가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는 원가 부담이 커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에 사용한 전력량을 유지만 하더라도 1년 새 7600억원 이상을 더 내야 합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022년 전력사용량 기준으로 1년 새 3500억원 이상 전기료 지출이 늘어납니다.
전력 다소비 산업으로 꼽히는 철강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탈탄소 기조에 맞춰 전기로를 쓰는 철강사에는 직격탄으로 작용합니다.
현대제철은 철강사 가운데 전기로 비중이 가장 큽니다. 현대제철은 연간 전기 1만 기가와트(GW) 가량 사용하며 전기로는 10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료가 ㎾h당 1원 오르면 원가가 70~100억원 정도가 더 추가됩니다. 현대제철은 작년 전력과 연료비로 약 2조6232억원을 납부했습니다. 이는 전년대비 2.5% 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글로벌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전기요금이 오르고 일정 부분의 요금 인상은 산업계에서 감내 해야한다고 본다"면서도 "업종별 업황 및 기업 경쟁력을 고려해 연료비 연동제를 조기에 시행해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동국제강도 전기로 3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연간 전기료 납부는 2500억원 수준입니다. 회사는 연속된 전기료 인상에 따라 10% 이상의 전기료를 추가 납부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료는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제조 현장에서는 야간 조업·생산 효율화 등 원가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국제강의 하이퍼 전기로 모습. (사진=동국제강)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