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에도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건설사 위기설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건설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야권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던 부동산 규제 완화도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건설업계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데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주택 수주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공사비가 급등하며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부도난 건설업체는 1분기 기준 총 9곳으로 전년 대비 3배 늘었습니다.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부도 업체는 모두 전문건설사로, 지역별로는 서울 1곳, 경기 1곳, 부산 2곳, 광주 1곳, 울산 1곳, 경북 1곳, 경남 1곳, 제주 1곳 등으로 지방에 몰려있습니다.
지방 건설사의 위기 원인으로 꼽히는 미분양 물량 증가 추세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 대비 4.4% 증가한 1만1867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37개월 만에 최대 수치로,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반 미분양 물량 역시 6만4874가구가 쌓여 있는데, 작년 12월 이후 3개월 연속 늘었습니다.
공사비도 고공행진 하면서 건설사들이 줄줄이 착공을 미루고 있는 상황인데요. 한국건설기술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말 121.80에서 2023년 말 153.26으로 3년 전과 비교하면 약 25%가 뛰었습니다. 대표적인 건설자재인 시멘트는 3년 새 40%가 넘게 올랐고, 올해 상반기 적용할 건설 노동자 인건비는 1년 만에 6%가 상승했습니다.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면서 정부는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위기설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 효과는 미미합니다. 지난달에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 재도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매입이라는 지원책을 내놨죠. 그러나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뿐 세제 개편안을 통한 시장 활성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다음 주까지는 금융권과 릴레이 면담을 열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전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인데요. 4월 중 발표할 정상화 방안을 위한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인 셈이죠.
신연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회자되는 위기의 중심에는 PF가 있고, PF 대출 중 주택 사업 비중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돼 미분양은 유력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면서 "지역별로 미분양 양상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된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위기설 현실화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PF 구조조정 속도는 더딘 상황"이라면서 "이달 발표되는 사업성 평가 개선안에 구체적인 기준 및 강제성 조항이 포함되지 않는 한 PF 구조조정은 단기간에 강도 높게 진행되기보다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