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서울 성북구 삼각산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 서 있다. (사진=뉴시스)
4·10 총선을 앞둔 한 달여의 시간 동안 격전지를 찾아 수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실제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 실제 선거 판세를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인터뷰할 때 신경 썼던 게 한 가지 있습니다. 겉보기에도 기자처럼 보여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도를 아십니까'와 같은 사람으로 보이면 대부분 말을 들어보기도 전에 인터뷰를 거절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첩에 펜을 들고 출입증을 목에 걸고, 무거운 가방을 멘 채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기자처럼 보이려 노력한 겁니다.
비교적 50대 이상의 시민들은 정치에 관심도 많고 대답도 풍부하게 해줬습니다. 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삶 자체가 정치와 밀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분식집 사장님에게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이 너무 크게 느껴졌고, 외국인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사장님은 '최저임금'이 문제였습니다.
반면 2030세대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기도 했지만, '정치는 잘 모른다', '후보도 아직 잘 모른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50대 이상의 시민들에 비해 많은 2030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했습니다.
사전투표는 비교적 야당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가 본투표보다 사전투표를 택하는 영향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6070세대의 사전투표가 도드라졌습니다. 이 영향으로 출구조사에서 일부 격전지의 오차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흔히들 투표는 상품이라고 합니다. 당선이 제1의 목적인 국회의원들은 상품을 구매할 세대에게 더 적극적이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 마련입니다.
2030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한 건 아직 '정치 효능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기성세대가 펼쳐 온 정치에 대한 '혐오'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네 편 아니면 내 편'이라는 갈등과 분열을 만들어 온 정치인들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는 결국 우리의 삶과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신생아 특례 신혼부부 소득 기준을 기존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던 것 역시 2030세대를 노린 '반전 카드'였으니까요.
이번 총선의 세대별 투표율이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2030세대가 가장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2030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고, 분열의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 하지만 투표율만이라도 높여서 정치인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청년'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