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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대통령의 '법치와 정치' 사이
입력 : 2024-04-24 오전 6:00:00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이후 참모진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정치의 정점’인데, 임기 2년을 넘어 이제야 정치를 하겠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니 의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중요한 국정과제를 정책으로 설계하고 집행하는 쪽에 업무 중심이 가 있었다"며 "지금부터는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정책 추진을 위해서 야당과의 관계도 더 좀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을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주면 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정치를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국정 화두와 목표는 뭘까요. 찾아봤습니다. ‘법치’입니다.
 
취임 일성은 '법치주의'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왕조는 진나라입니다. 7개로 나눠진 전국시대를 제압하고 왕이라는 호칭도 부족하다 해서 스스로 붙인 호칭이 황제입니다. 우리가 아는 진시황, 시황제가 통일 중국의 첫 황제입니다.
 
진나라의 통치철학은 법치였습니다. 엄격한 법에 따른 통치. 법에 어긋나면 가차없는 형벌이 내려졌습니다. 법을 잘 지키면 문제는 없었습니다. 사회 질서는 탄탄하게 잡히고, 부국강병이 절로 이뤄졌습니다. 
 
진시황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진나라는 법치를 기반으로 강력한 통치권을 행사했습니다. 진나라 법치의 근간을 만든 인물은 상앙이었습니다. 당시 새로 왕이 된 효공의 참모로 등용돼 군사, 재정, 법제, 토지, 관리체계 등 기존 질서를 법률을 바탕으로 개혁해 진나라를 강국으로 우뚝 서게 했습니다.
 
법률만 만든 게 아닙니다. 집행과 처벌도 엄격했습니다. 사람의 사지를 소나 말에 묶고 달리게 해 온 몸을 찢는 ‘거열형’도 상앙이 만든 법입니다. 법을 칭송해도 처벌했습니다. 백성들은 법을 지키기만 하면 되지 법의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 없다는 법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앙은 자신이 만든 법 때문에 세상을 등졌습니다. 효공이 사망하고 새 임금에 오른 효혜왕은 태자 시절 상앙에게 당한 수모를 잊지 않았습니다.
 
상앙을 반란죄로 몰아 궁지에 몰아 넣었습니다. 상앙은 밤중에 몰래 달아납니다. 국경에 도착해 다른 나라로 넘어가려 했지만, 진나라 수문장이 꿈쩍도 않았습니다.
 
새벽 정해진 시간이 돼서야 문을 열 수 있다는 법 때문이었습니다. 인근 여관을 찾아도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여행증이 없는 사람을 받으면 여관주인이 처벌을 엄하게 받기 때문입니다. 모두 자신이 만듣 법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달아났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까지 민심을 잃은 그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정나라로 가는 길에 벼르고 있던 진 효혜왕의 군사에게 삶을 마무리합니다.
 
시신이 진나라로 옮겨진 뒤 ‘거열형’에 처해졌고,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합니다. 후대에 이를 빗댄 ‘작법자폐’(자신이 만든 법에 목숨이 위험해짐) 라는 고사성어가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의 '정치'
 
검찰 출신 대통령이 살아온 인생은 ‘법’일 겁니다. 검사라는 직업으로 수십년을 살다 은연중 대통령에 올랐으니, 국민 전체나 국가도 ‘법치의 대상’으로만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법치’는 맹점이 있습니다. 복잡 다단한 법률 속에서 구멍을 잘 찾는 ‘법 기술자’ 입장에서는 빠져 나가기 쉽습니다. 권력까지 더해지면 법 집행자들도 ‘알아서’ 깁니다.
 
윗물의 행동을 보며 ‘아랫물’들도 ‘법대로’를 외칩니다. 도덕과 윤리, 양심은 ‘개나 줘버리는 분위기’가 되기 십상입니다. 
 
법에 저촉만 되지 않으면 물가가 올라도 문제가 없고, 경기가 침체돼 장사가 되지 않아 가게 문을 받는 자영업자가 숱하게 늘어도 법은 죄가 없으니, ‘그들의 탓’이 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법치를 내팽개치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정치’를 하겠다고 대통령이 마음을 먹었다면 ‘법치주의’라는 단단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전국시대 법치의 대척점에 선 공자는 정치에 대해 5가지 덕목을 제시했습니다. 경(敬·국민에 대한 공경), 신(信·국민에 대한 신뢰), 절(節·절도있는 재정운용), 애(愛·국민을 위하는 마음), 시(時·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세운용)입니다.
 
대통령이 하겠다는 정치는 어떻게 보면 간단합니다. 남은 임기, 법치 대신 정치를 선택한 윤 대통령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 집니다.
 
오승주 사회부장
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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