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가 즐겁습니다. 베이비몬스터 덕분인데요.
하이브(352820) 내홍으로부터 시작된 K팝 산업의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베이비몬스터가 모든 논란에서부터 자유로운 독보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이브의 ‘난’이 YG엔터에 ‘득’이 되는 모양새가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YG엔터의 대표 메인 IP(아티스트가치) 베이비몬스터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베이비몬스터. 사진=YG엔터테인먼트
핸드마이크+댄스+가창력=베이비몬스터
베이비몬스터에 대한 팬들의 재평가 이슈가 가장 크게 터진 건 지난 25일이었습니다. 엠넷 엠카운트다운 생방송 무대에서 핸드마이크를 들고 라이브로 신곡 ‘쉬시’(SHEESH)를 부른 것입니다. 당연히 퍼포먼스(댄스)도 그대로 소화하면서 말이죠. 말 그대로 ‘빵’ 터졌습니다.
더욱 주목되는 건 절묘했던 시점입니다. 코첼라 무대에 선 르세라핌(하이브)이 불안정한 라이브 실력으로 논란에 중심에 선 가운데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까지 이때껏 누구도 경험한 적 없던 생소한 기자회견으로 업계를 발칵 뒤집은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5세대 걸그룹 시장은 크게 보면 YG엔터(베이비몬스터)와 하이브(아일릿)의 2파전 양상입니다. 아일릿이 내부고발에 의해 ‘뉴진스 따라쟁이’란 오명을 얻고, 르세라핌은 ‘음치’라는 소리까지 들었는데요.
하이브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베이비몬스터가 음정 박자 랩핑 무엇 하나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라이브로 모두를 사로잡으니 YG엔터 어깨가 ‘으쓱’할 만 합니다. ‘하이브와 비교되는 YG엔터’의 이미지가 굳건히 만들어진 셈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이나 댄스 음악을 하는 가수들에게 핸드마이크와 와이어리스의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크다”면서 “핸드마이크를 들고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건 호흡 조절부터 음정, 박자와 리듬감 등이 모두 완벽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위에서부터)르세라핌, 아일릿, 뉴진스. 사진=쏘스뮤직, 빌리프랩, 어도어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베이비몬스터의 라이브는 단순히 “노래 실력이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K팝 산업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가수는 노래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동안 아이돌 중심의 가수 양성이 보편화되면서 노래를 못해도 가수가 됐습니다.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이 한 곡(4분 내외)을 나눠 불러야 했기에 멤버 별 노래 파트는 짧으면 몇 초에 불과했습니다. 가창력 자체를 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르세라핌의 코첼라 무대 이후로 아이돌의 가창력이 도마에 오르며 상황이 변했습니다. 민희진 대표가 제기한 K팝 산업의 고질적 문제점은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하이브 레이블로 대표되는 공장식 아이돌 생산의 문제점이 드러난 겁니다.
이런 상황은 역설적으로 YG엔터의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을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YG엔터의 걸그룹 발표 주기는 7~8년에 이릅니다. 2NE1이 2009년, 블랙핑크가 2016년, 베이비몬스터가 2024년에 데뷔했습니다. 반면 하이브는 초스피드입니다. 르세라핌-뉴진스-아일릿으로 이어지는 데뷔가 단 1년 만에 이뤄졌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거대 기업 하이브의 ‘찍어내기식’ 걸그룹 생산은 결과적으로 민 대표 주장처럼 비슷한 이미지로만 등장할 뿐”이라며 “반면 YG엔터는 확고한 신념과 스타일에 실력이 더해지자 팬덤 흐름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멜론 차트에서 베이비몬스터의 순위는 급상승 중이며, 글로벌 차트 스포티파이에서 베이비몬스터 월간 리스너 수는 3월 381만에서 4월 889만명으로 133.3% 상승했습니다.
국내 4대 엔터사의 또 다른 총수인 박진영
JYP Ent.(035900) 총괄 프로듀서. 그는 JYP엔터 소속 아티스트 잇지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금 아이돌 중에 핸드마이크 들고 노래 부르며 춤출 수 있는 그 사람만 살아남을 것이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가수의 본질이 무엇인지, 누가 살아남고 누가 사라질 것인지, 답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남은 건 각 엔터사의 성찰과 고민 뿐인 듯 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