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이기일 1차관이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차기 국회 과제로 떠넘기면서 시민대표단 숙의까지 끝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가 와전됐다는 입장인데요. 여야는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편안에 대해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시민대표단 숙의'까지 마쳤는데…연금개혁특위 논의에 '찬물'
여야는 영수회담 다음 날인 30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한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에 대해 보고받았습니다. 공론화위는 500명의 시민대표단을 꾸려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총 4차례의 연금개혁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공론조사 결과 시민대표단 56.0%는 소득보장안을, 42.6%는 재정안정안을 선택했습니다. 소득보장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높이는 방안입니다. 재정안정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연금개혁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하기 어려우니 22대에서 조금 더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야권은 소득보장안을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윤 대통령은 소득보장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는 연금특위 여야 위원들의 기 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성주 민주당 연금특위 간사는 “우리가 21대 국회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서 연금개혁에 합의하려고 하는데 대통령이 이렇게 의지가 없고, 22대에서 하겠다고 하는 것은 오늘 이 자리를 상당히 맥 풀리게 하는 의미가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 역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제공된 자료로 학습하고 토론을 통해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최종 결과에 대해 정부가 존중하는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김 의원의 “정확한 대통령의 워딩이 뭐였느냐”라는 질문에 “국민을 위해서 지속 가능한 바람직한 연금 개혁안이 나온다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계속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취지였다. 22대로 넘기자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 역시 연금개혁에 대해 “일관되게 21대 국회에서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개혁이라면 성과를 거두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얘기했다”라며 “시간을 늦춰서는 안 되고, 한 발이라도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이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도 여당도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안에 난색
보건복지부는 연금특위에 제출한 ‘재정추계 보고’에서 소득보장안에 대해 “현재보다 재정을 더 악화시켜 재정안정을 위한 연금개혁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미래세대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재정안정안에 대해 “보험료율은 인상하되 소득대체율은 유지해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소득보장안에 대해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소득대체율 인상은 당장 되는 게 아니어서 현재 노인 빈곤 완화에는 효과가 없다”라며 “지금 태어난 친구들은 40살이 되면 자기 소득의 43%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 역시 “미래세대와 국가의 재정안정 관점에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설문이 이뤄진 것 같지 않다. 이를 논외로 하니까 대부분의 부담을 미래세대로 떠넘기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소득보장안에 대해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는 안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사회적 갈등이 있는 여러 가지 사안을 이런 숙의 절차를 거칠 때 그 자체를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연금개혁 논의는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주 위원장은 “여야 합의를 도출해 다음 연금특위 회의는 역사적인 연금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현장이 되기를 기대하겠다”고 촉구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