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상장기업들의 불성실공시 지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한 탓입니다. 자금조달 계획을 공시한 이후 이를 철회하거나 지연, 변경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대상이 됩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기업은 총 42곳으로 전년 동기 32곳 대비 10곳(31.25%) 증가했습니다. 시장별로 코스닥시장에서 33곳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전년보다 11건 늘었고, 유가증권시장은 10곳에서 9곳으로 줄었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서 유독 불성실공시법인이 증가한 것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코스닥기업 33곳 중 절반(57.58%) 이상인 19곳이 자금조달 관련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사가 반드시 알려야 할 내용을 공시하지 않거나(공시불이행) △이전에 공시한 바를 뒤집거나(공시번복) △기존에 공시한 내용을 대폭 변경하면(공시변경)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합니다.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철회의 경우 ‘공시번복’에 해당하며, 자금조달 규모 변경은 ‘공시변경’에 해당합니다. 특히 코스닥기업의 경우 증자 등의 납입기일을 6개월 이상 연기할 경우에도 ‘공시변경’에 해당합니다.
거래소는 불성실공시법인에 벌점을 매깁니다. 위반행위의 동기와 중요성, 투자자 영향 및 해당 법인의 성실공시 관행 등의 사항을 고려해 불성실공시법인 벌점의 가중·감경을 결정합니다. 일부 상장기업들의 경우 벌점으로 상장폐지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으로 5점 이상의 벌점을 부과받으면 1일간 매매가 정지됩니다. 2년간 3회 이상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되거나, 최근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인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해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올해 상장폐지 대상에 오른 상장기업 중에선 불성실공시법인으로 대상에 오른 기업들도 확인됩니다. 거래소는 지난달
엔케이맥스(182400)에 공시번복 1건과 공시불이행 4건으로 20점의 벌점과 4800만원(벌점 12점 곱하기 5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엔케이맥스는 한 번에 15점 이상의 벌점을 받으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습니다.
알에프세미(096610) 역시 CB 공시불이행, 공시번복으로 20점의 벌점을 받았습니다.
불성실공시법인 상장사들의 경우 벌점 누적 외에도 다양한 사유로 상장폐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상장폐지된 기업 9곳(스팩, 합병, 이전상장, 자발적 상폐 등 제외) 중 8곳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습니다. 이 중 알아이에스, 제이웨이 등은 불성실공시 벌점만 20점을 넘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불성실공시법인 중 상당수가 조금조달 실패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아 경제 상황이 악화할수록 불성실공시법인도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주가방어 등을 위해 고의로 공시를 지연, 변경하거나 불이행하는 기업들도 있는데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실패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