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87점, 그리고 세계 62위. 이는 지난 3일 ‘세계 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2024 언론자유지수’입니다. 윤석열정부 첫해를 집계한 2023년에는 47위(70.83점)를 기록했지만, 불과 1년 만에 60위권으로 추락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발표까지는 ‘양호’로 분류됐지만, 올해 ‘문제 있음’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당시 각각 69위(2009년)와 70위(2016년·71.42점)를 기록한 바 있긴 한데요. 64.87점은 역대 최저의 성적표입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43위(2018년)·41위(2019년)·42위(2020년)·43위(2021년)를 기록한 것과 대비됩니다.
'2024 언론자유지수' (사진=국경없는기자회 홈페이지)
이와 관련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대다수가 떠올리는 것은 비슷할 듯합니다. <뉴스토마토>의 천공 의혹 보도 이후 취재기자 개인에 대한 대통령실의 고발,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이어진 무더기 ‘법정 제재’, 박민 KBS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공정방송 장치 무력화 의혹, YTN 사영화 등의 많은 사례가 지난 1년간 있었기 때문인데요. 언론에 대한 ‘입틀막’ 혹은 ‘언론장악’ 의심이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국경없는기자회도 비슷한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라며 “한국에서도 여러 언론매체가 명예훼손 혐의로 정부로부터 기소 위협을 받았다”라고 언급합니다. 이러한 대목은 세부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는데요.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는 정치, 경제, 입법, 사회, 안전 등 세부 지표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의 올해 정치 지표는 77위(51.11점)로 지난해 54위(63.51점)에서 대폭 하락했습니다. 사회 지표는 89위(61.77점)으로 52위(77.53점)에서 37위나 추락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정치 지표와 관련 “2022년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들을 고소했고, 공영방송 경영진 임명에 있어 정부가 우위에 있어 독립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회 지표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언론사들은 정치인, 정부 관계자 및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합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바라보듯, 현재 우리나라는 정권에 의한 심각한 언론자유 위협에 직면해 있는 상태입니다. 64.87점의 저조한 성적표, 그리고 1년 만에 15계단이나 추락한 언론자유지수는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합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자유와 공정을 역설해 왔지만, 적어도 언론자유에 있어서 만큼은 그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난 셈입니다. 권력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언론은 일시적으로 자유를 잃을 수는 있지만 그 보편적 가치는 무한히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언론은 권력의 마지막을 기록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