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유근윤 기자]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22일 취임사에서 "법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하여 그 편을 들지 않는다"면서 "고관대작이라고 하여 법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수처가 본연의 기관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성장 발전시키겠다"면서 "공직사회 부패 척결이라는 역할과 책무를 다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2기 공수처 출범의 각오를 다졌습니다.
2기 공수처를 지휘하게 된 오 처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안타깝게도 공수처는 그동안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요리사는 음식을 잘 만들어야 하고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며 학자는 연구를 잘해야 하고 운동선수는 운동을 잘해야 한다. 공수처는 수사기관으로서 수사를 잘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오 처장은 앞서 전날인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공수처장에 임명됐습니다. 이튿날인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명장을 받았으며, 취임식에 앞서서는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진행했습다.
오 처장은 취임사에서 <한비자>의 '유도편'에 있는 글귀인 '법불아귀 승불요곡'을 직원들에게 소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말은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 하여 같이 휘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공직사회 부패 척결'이라는 역할과 책무를 되새자는 취지입니다.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오 처장은 공수처 업무 혁신도 강조했습니다. △수사업무구조 효율화·최적화 △조직 인사 제도 개선 △다른 반부패기관과의 협력 강화 등을 공언한 겁니다.
우선 불필요한 보고, 서면작업, 요식행위는 걷어내고 간단명료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간소화를 강조했습니다. 수사기관으로서 본연의 업무인 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오 처장은 "지휘부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요일과 시간에 관계없이 즉시 보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외부행사나 회의, 의전 등은 꼭 필요한 부분만 진행해 공수처의 모든 에너지가 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안정적이고 연속성 있는, 예측 가능한 인사가 이루어지게 하는 등 구성원들이 임기와 연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적은 인력과 조직의 한계는 국민적 관심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공수처의 수사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오 처장은 "공수처법상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 차장, 부장검사를 포함해 25명, 수사관도 40명으로 정해져 있어서 지방검찰청에 속한 1개 지청 수준"이라면서 "검사와 수사관의 짧은 임기와 연임제도라는 제도적 한계로 잦은 이직이 발생, 조직의 불안정성이 야기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반부패 기관들과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 관련 법령 정비나 업무 시스템 개선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타 수사기관이나 관계기관과 접촉해 여러 협업방안을 도출할 계획입니다. 오 처장은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있음에도 국민들께서 공수처라는 수사기관을 탄생시켰다"며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엄정히 수사해 시대적 과업을 해결해 달라는 염원의 발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수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외풍에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외부의 압력을 막아내 공수처 검사들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오 처장은 취임식 후 기자실로 이동해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오 처장은 "공수처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모든 사건에 있어 역량을 키우겠다"며 "국민 기대에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공수처 차장 인선에 대한 질문엔 "조급하다 보면 저와 차장이 지도부가 돼 수사를 이끄는 상황에서 호흡이 틀어진다든지 생각이 달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인선 업무는 굉장히 중요하다. 훌륭한 차장을 모셔오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이어 "당장은 불편하지만 3년 농사 잘 되게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조금은 긴 호흡으로 제청 업무를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수민·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