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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역관광과 내부 오리엔탈리즘
입력 : 2024-05-23 오후 3:15:06
 
마음이 복잡하거나 일상생활이 지칠 때 가까운 바다나 산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집니다. 대학생 때에는 시험이 끝날 때마다 강릉이나 속초로 떠나곤 했습니다. 최대한 생활 공간과 멀어지면서도 근거리에서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도시의 복잡한 도로와 달리 차선도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차가 많을 때도 있었지만 서울에 비할 바는 아니었죠. 고층빌딩이 아닌 낮은 집들과 들판을 보면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나중에 은퇴하고 제주도 살이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인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제주살이로 많은 이들의 로망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삶의 터전이 된다고 생각하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제주도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은 대부분 요식업이나 관광업에 그칩니다. 일자리가 상당히 제한적인 거죠.
 
이는 강원도나 제주도가 여전히 '자연'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에 발전이 집중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지방의 발전은 더뎌진 결과입니다. 이 덕에 서울 사람들의 국내 관광지로 각광 받지만, 역으로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지역소멸의 원인인 셈이죠. 이런 관점을 '내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시골을 '힐링' 공간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지역과 서울의 양극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주재원 한동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들을 분석한 논문 '만들어진 지역성: 상상된 고향과 내부 오리엔탈리즘(2020)'에서 "지상파 3사의 고향 소재 프로그램들의 정형화된 재현의 양식이 지역과 서울(중앙) 간 차이를 근본적인 것으로 치환하고, 이 과정에서 지역성이라는 의사정체성(pseudo-identity)은 민족국가의 핵심 동력인 민족주의 작동 시스템에서 과거에 대한 집합기억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며, '민족의 고향', '힐링', '관광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처', '머무르다 오는 곳', '도시생활로 인해 잊고 있었던 순수성(노스텔지어)을 재발견하는 곳' 등으로 정형화돼 '항상 거기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곳'으로 재현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강원도에 사는 지인은 강원도에 개발제한이 걸려있어 발전하지 못 한 점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수도권 사람으로서는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이었습니다. 대학원 시절 충청북도 제천에 잠시 살았던 적이 있는데요. 제천은 한적하고 여유로웠지만, 몇 없는 대학교에 있는 은행 점포마저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지역 대학생을 제외하고는 젊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남은 이들마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고 있었습니다. 빈 집도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지역 소멸의 대안으로 관광업이 거론되기도 합니다만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서울에 모든 산업과 자원, 인력이 몰려있는 만큼 주거비 폭등, 경쟁 심화 등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지역에서는 의료 공백, 빈집,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가 심화합니다. 발전이 능사는 아닙니다만 양극화는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시골'과 '자연'이 주는 한적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고민해봐야 할 지점입니다.
 
충북 제천의 한 빈 집.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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