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국내 은행들이 금융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고도화와 '슈퍼 앱'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요. 한편에선 디지털 사용에 미숙한 고령층, 장애인 등 취약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음성인식 안되고 자막·수화 없어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은 금융권 계열사 앱을 통합한 '슈퍼 앱' 통합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각각 △KB국민은행 스타뱅킹 △신한은행 슈퍼SOL(쏠) △우리은행 우리WON뱅킹 △하나은행 하나원큐 등입니다.
KB금융의 KB스타뱅킹은 지난 2021년 계열사 6곳의 70개 서비스를 통합해 출시됐습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계열사 5곳의 기능을 합친 모바일 앱 신한 슈퍼SOL을 내놨습니다. 우리금융도 올 하반기 은행·카드·캐피탈·종합금융·저축은행 등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뉴원(WON)'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앱의 '간편모드'. (사진=각 은행 앱 캡처)
문제는 모바일 앱에서도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신한은행앱 ‘신한쏠뱅크’에서는 큰 글씨로 가독성을 높인 쉬운홈(간편홈)모드가 지원되지만, 신한금융의 통합앱 '슈퍼쏠'에서는 간편홈 모드가 지원되지 않습니다. AI챗봇서비스를 비롯한 음성 인식 기능도 뱅킹앱에서만 가능합니다. KB금융의 통합앱 스타뱅킹에서는 음성인식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단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등 인식 기능이 떨어졌습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현재 개별앱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통합앱에서 모든 기능을 지원하기보다는 필요 핵심 기능만 지원하고 있다"며 "쉬운 홈 모드와 AI챗봇 서비스 지원에 대한 계획은 따로 없지만 고객 피드백이 반복된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2항에 따라 금융회사 등 사업자는 장애인이 모바일 앱을 사용할 때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금융당국도 2022년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앱 구성지침'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이 지침을 근거로 국내 18개 은행은 모바일 금융앱 화면을 보다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변경하고, 소비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 노출시킨 '간편모드'를 지난해 6월까지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8월22일부터 9월6일까지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과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 3사 등 8개 은행의 모바일뱅킹 앱의 접근성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금융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 텍스트' '자막·수화 등의 제공' '명도 대비' '초점' 등 4개 항목에서는 조사대상 은행 모두(조사항목 미제공 은행은 제외) 준수하지 못했습니다.
조사 결과 시각 장애인용 화면 낭독기 사용 시 '출금 1원'을 '입금 1원'으로, '연 0.01%'인 적용금리를 '연 0.1%'로 음성 안내가 잘못 이뤄지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 동영상에 자막·수화가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웠습니다. 텍스트·이미지 등 콘텐츠와 배경의 명도 차이가 국가표준 기준인 3:1보다 적어 노안, 저시력자는 내용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 등도 발견됐습니다.
"포용적 디자인·규제 필요해"
서울 시내 한 은행 시니어 영업점을 찾은 어르신이 은행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디지털 기기 조작에 미숙한 소비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서비스 접근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65세 이상 은행 고객 중 모바일뱅킹을 이용한 비중은 예금 7.0%, 신용대출 12.4%에 그쳤습니다. 모바일뱅킹서비스 이용 비율도 2019년 기준 60대 32.2%, 70대 8.9%에 불과합니다.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50% 이상에 달하는 20~50대에 비해 극히 낮은 편입니다.
전문가들은 포용적 디자인을 통해 디지털 취약층의 디지털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안전한 디지털 금융 사용을 위한 금융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금융사가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영업 효율화와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소비자 혜택에 대한 고민도 해야한다는 의견입니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 팀장은 "금융사들이 지점이나 인력을 줄이면서 비용 절감을 상당부분 하고 있는데 그만큼의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통합 앱을 출시하고 있지만 통합 앱도 쓰고 개별 앱도 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소비자 불만이나 건의사항 등에 대한 소통 창구는 여전히 부족해 필요한 기능에 대한 업데이트가 느릴 수밖에 없다"며 "비용 절감을 이루는 만큼 개선책도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