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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금융)줄어드는 은행 점포…취약층에 더 높아진 문턱
대면 금융거래 업무 선호도 여전히 높아
입력 : 2024-05-10 오후 3:23:25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은행 점포 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장애인과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시니어 특화점포를 비롯해 다양한 금융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디지털 취약계층일수록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데다 내점이 필요한 업무들도 있어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대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은행 점포 3년새 500여 곳 줄어
 
4대 시중은행 점포 수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국내 영업점은 지난해 말 기준 2826개로 집계됐습니다. 은행 영업점은 4년 전인 2020년 말 3303개에서 2021년 3079개, 2022년 2883개로 줄곧 감소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내점 고객이 줄어들자 점포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령자 장애인 등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점입니다.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방 점포수 축소폭은 수도권보다 큰 상황인데요. 지난해 말 기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등 수도권에 있는 4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1950개로 전년동기 1983개 보다 33개 줄었습니다. 특히 수도권 대비 영업 채널이 부족한 지방 은행 점포도 계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비수도권 지역의 4대 은행의 점포 수는 876개로 전년(900개)보다 24개 감소했습니다.
 
이와 함께 은행은 직원 수도 줄이고 있습니다. 4대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직원 수는 총 5만516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말 5만6248명보다 1084명(1.9%) 줄어들었습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는 국민은행(1만6293명), 우리은행(1만3723명), 신한은행(1만3263명), 하나은행(1만1885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별로 전년보다 국민은행은 685명, 신한은행 341명, 우리은행 190명의 직원을 줄였습니다. 반면 하나은행은 132명 증가했습니다.
 
콜센터 인력도 인공지능(AI) 챗봇으로 대체하는 추세입니다. 일례로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대전지역 콜센터 인력 감축을 결정해 용역업체 직원 240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AI 상담을 도입하면서 상담 인력을 많이 둘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직원들의 반발로 해고는 일단락됐지만 은행권에서 콜센터 직원을 AI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은행 인력을 대체하면서 소비자 불편도 커지고 있습니다. 마케팅전문업체 세일즈포스가 지난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은행의 디지털 서비스 관련 고객 만족도는 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응답자들은 가장 불편하게 느낀 디지털 서비스로 AI챗봇을 꼽았습니다. 특히 정보 검색(29%)과 고객 지원(28%), 서비스 개인화(24%) 등에 불만을 느낀 고객이 많았습니다. 반면 은행 업무를 볼 때 선호하는 소통방식은 전화와 대면이 각각 54%, 50%를 차지했습니다. 챗봇 상담과 같은 온라인채팅(39%), 문자·SMS(1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공동점포 확대 시급" 
 
줄어드는 점포의 대안으로 은행권은 시니어 계층에 특화된 영업점을 신설하거나 금융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령층을 타겟으로 각종 연금 및 상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특화 점포'와 이동형으로 단순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니어 이동점포'입니다.
 
2022년 7월 시행된 'KB 시니어라운지'는 대형 밴으로 고령층이 자주 찾는 복지관을 방문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 점포다. (사진=국민은행)
 
KB국민은행 'KB 시니어 라운지'와 신한은행 '고객중심 영업점', 우리은행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 등 은행권은 다양한 시니어 특화점포를 운영 중입니다. 다만 이들 점포도 아직까지 한자릿수에 불과합니다. 이들 점포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큰 글씨에 가독성을 높이고 디자인을 단순화해 고령층이 이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졌습니다. 또 전담 직원이 상주해 필요한 경우 안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공동점포'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한 개의 점포 내에 두 은행이 별도의 공간을 운영하고 자동화기기 코너나 주차장 같은 고객 편의 공간은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현재까지 개설된 공동 점포 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점포를 운영할 때 필요한 최소 인력이 있는데, 이는 공동점포를 한다고 해도 은행마다 업무 방식이 달라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점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고령층 특화점포는 수가 많지 않은 데다 금융 교육과 이동형 점포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디지털 능력 향상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앱 개선도 중요하지만, 오프라인 대책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조혜진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령층의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커 대면 업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금융당국을 비롯해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디지털 전환에 따른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족한 게 현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체국과 같은 다른 금융기관이 모인 공동점포를 만드는 등 오프라인 창구에 대해서도 개선해 나가는 이중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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