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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드, 꼼수 신사업에 잇따른 유증…주주 곡소리
백신개발 바이오기업, 상장 5년차에 베이커리 신사업
입력 : 2024-06-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항암면역치료백신 개발 기업 셀리드(299660)가 2년 연속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이은 증자로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커졌고 주가 하락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올해 뜬금없는 베이커리 공장 인수 및 신사업 추진까지 이어지면서 경영정상화보단 자금 조달을 위한 상장 유지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총 2.4배 자금조달에도 매출은 '0'
 
(그래픽=뉴스토마토)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셀리드는 지난 24일 175억원 규모의 유증을 추진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총 750만주를 발행합니다. 발행주식총수의 55.13%가 신주 발행되며, 예정발행가액은 기준가(3542원) 대비 25% 할인된 2335원입니다.
 
셀리드는 지난 2019년 기술성장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습니다. 다만 상장 이후 제대로 된 영업활동에 의한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셀리드는 상장 당시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흑색종 등 5개 항암백신 파이프라인을 통해 2023년 799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현재까지 개발에 성공한 신약은 없습니다. 급기야 상장 5년차인 지난해에 매출액 0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이 부재한 상황에서 셀리드는 그간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습니다. 2019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394억원을 조달한데 이어 2021년 전환사채(CB) 발행으로 19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지난해 유증 175억원을 포함에 이번 유증까지 마무리될 경우 셀리드가 신주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934억원으로 시가총액(3일 종가 기준, 385억원)의 2.4배에 달합니다.
 
신주발행을 통한 연이은 자금조달에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은 물론 최대주주의 지배력까지 약화하고 있습니다. 상장 직후 29.8%에 달했던 강창율 대표 및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은 21.4%까지 떨어졌습니다. 강 대표는 이번 유증에서 본인 배정분의 30%까지 유증에 참여할 계획인데요. 유증이 완료된 이후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11.3%까지 낮아질 전망입니다.
 
유증 소식에 셀리드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증 공시 다음날 19.44% 급락한데 이어 지난 30일 장중에는 주가가 2740원까지 떨어지며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셀리드의 경우 자금조달이 완료되더라도 경영정상화까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상장 당시 제시했던 백신 개발 성과가 전무 하기 때문입니다. 전립선암 치료백신(BVAC-P)과 흑색종(BVAC-M)은 임상 1상에도 들어서지 못했으며, 위암(BVAC-B) 자궁·두경부암(BVAC-C) 등 상장 당시 제시했던 파이프라인 중 임상 3상에 들어선 백신은 없습니다.
 
주요 파이프라인이 부제한 상황에서 셀리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들이 줄줄이 개발을 중단하고 있는 엔데믹 국면에서 수익성을 담보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셀리드의 코로나19 예방백신(AdCLD-CoV19-1 OMI)은 보유 파이프라인 중 유일하게 임상3상에 진입한 기술입니다.
 
'좀비기업' 우려 커져 
 
경영 악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셀리드는 상장 유지에만 급급한 상황입니다. 올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자 본업과 무관한 베이커리 공장을 인수했으며, 이번 유증 역시 관리종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함으로 추정됩니다.
 
셀리드의 경우 기술성장특례 상장기업으로 5년간 ‘매출액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됐지만, 올해(2024년) 유예가 종료됩니다. 코스닥 상장사는 연간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 지정사유에 해당합니다. 관리종목 지정 후 다음 해에도 매출액 30억원 미달하는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됩니다.
 
백신 관련 매출이 부재한 상황에서 셀리드는 관리 종목 지정을 피하고자 뜬금없는 신사업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지난 3월 남양주시에 위치한 빵공장 ‘포베이커’ 지분 100% 5억원에 인수해 흡수합병한 것입니다. 포베이커는 지난 2021년부터 결손금이 누적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법인이지만, 지난해 매출 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해당 법인의 매출액이 연결기준에 합산되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유증 역시 관리종목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셀리드는 지난 2022년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 22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당시 자기자본(224억원)의 101.9%에 해당합니다. 지난해 유증과 자산재평가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높였으나 올해 추가적인 세전손실이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자본의 50%를 넘어서는 세전 손실이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사유에 해당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이후 제대된 사업 없이 자금조달만 이어지고 있는데 본업을 통한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장만 유지하는 이른바 ‘좀비기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셀리드의 수익성 개선 방향 및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문의하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셀리드=홈페이지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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